[파이낸셜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인상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 최저임금 적정수준의 상한선을 넘은데다 현 최저임금 수준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2일 발표한 '최저임금 주요 결정기준 분석을 통한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조정요인 진단' 보고서를 통해 "지불능력과 법에 예시된 네 가지 결정기준 등 주요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내년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경총이 분석한 지표는 △기업의 지불능력’ △법에 예시된 최저임금 결정기준인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 등 5개다.
경총은 기업 지불능력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요인은 없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은 모든 사업장이 법적으로 지켜야 할 임금의 하한선인데, 업종별 구분 적용이 불가능해진 이상 현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을 기준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 최저임금 미만율은 15.3%로 최근 4년 연속 15%를 상회하고 있다. 최저임금 근로자가 밀집된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업의 경우 최저임금 미만율이 각각 40.2%, 19.0%에 달했다. 5인 미만 영세사업장도 33.6% 기록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 수용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종별 1인당 부가가치 측면에서도 숙박·음식점업(1860만원)은 제조업(1억2076만원)의 15% 수준에 그쳤다.
경총은 최저임금 심의에는 최저임금 정책 대상의 생계비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고소득층 생계비까지 포함된 전체 평균 생계비가 아닌 최저임금의 정책 대상이 되는 중위수 대비 60% 수준의 생계비를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경총은 "2021년 최저임금 월 환산액 약 182만원(209시간 기준)은 최저임금 정책 대상인 저임금 비혼 단신근로자의 생계비를 이미 넘었다"며 "전체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중위값 약 197만원의 90%를 상회하는 만큼 생계비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요인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우리나라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62%를 나타냈다는 점도 거론했다. 최저임금이 부작용 없이 운영되기 위한 적정수준은 중위임금 대비 45~60% 수준인데다 주요 7개국(G7) 평균(52.0%)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생산성 측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요인은 없다고 강조했다. 2017~2021년 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44.6%인 반면, 동기간 1인당 노동생산성은 4.3%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게 경총의 분석이다.
경총은 우리나라에서는 최저임금 제도가 소득분배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지적했다. 소득분배를 목적으로 부정적 파급효과가 큰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경총 하상우 본부장은 “코로나19의 여파와 최근의 복합적인 경제위기에 더해 우리 노동시장에서 2018~2019년 최저임금 고율인상의 충격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며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사용자위원 최초안은 9명의 사용자위원이 최종 논의해 곧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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