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주택정책 협의 과정에서 시 간부가 국토부 공무원에게 폭언을 했다고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 회의에서 양 기관이 발표 시점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시 간부가 화를 참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이 간부는 "아무 생각 없고 일도 안 하는 국토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는 국토부와 서울시 공무원 20여명이 참석했다. 이후 국토부가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감사까지 요청했다. 폭언을 한 서울시 간부도 당사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사과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비공개 자리에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고, 오 시장도 원 장관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격노한 오 시장은 이 간부의 자리를 처음으로 개방형 직위로 변경하기로 하고, 서울시가 공개모집에 들어갔다. '모아타운'은 노후주거지를 묶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고, 지하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지역단위 정비방식이다. 서울시는 대상지 21곳을 발표했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집값안정화를 위해 정부와 서울시 간 정책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오히려 불협화음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지난 1일 민선 8기가 본격 출범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첫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원활한 정책공조가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통상적으로 서울의 집값 흐름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경향 탓에 서울 집값안정은 전체 시장안정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집값안정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는 오 시장이 4선 연임에 성공한 만큼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보다 기존 정책의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신속통합기획과 모아주택·모아타운 등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다. 오 시장은 지난해 9월 4선을 염두에 두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장기적 시정 청사진인 '서울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재건축·재개발 정책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는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규제완화 기대감에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성 자금이 대거 몰려 집값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함께 집값안정화 키를 쥐고 있는 경기도 역시 김동연 지사의 부동산 정책들에 시동이 걸린다. 김 지사는 후보 시절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공약한 만큼 시너지효과가 예상된다. 문제는 정부 협의는 물론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손발을 맞추게 될 서울·경기 등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와 원활한 정책공조 여부에 따라 집값안정화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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