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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공공기관 군살 빼기, 용두사미로 끝나선 안 된다


[fn사설]공공기관 군살 빼기, 용두사미로 끝나선 안 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전체 회의를 주재하며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해 온 정부가 29일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공공기관 정원과 조직을 축소하고 인건비, 업무추진비 등 경상경비를 10% 이상 줄인다는 게 핵심이다. 직무급 도입 등 보수 체계를 개편하고 골프장 회원권 등 복리 후생용 자산을 매각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흔히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들은 높은 임금과 안정적 고용으로 부러움을 사는 한편으로 방만경영의 비난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으며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 개혁이 중단되면서 공공기관들은 더 몸집을 불리고 빚은 늘어나 부실 경영에 빠졌다. 지난 5년 동안 350개 공공기관의 인력은 33.4%(11만 5000여명), 부채는 16.7%(83조6000억원)나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2017년부터 하락세를 보여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기관도 5곳에서 18곳으로 급증했다.

나사가 풀릴대로 풀린 공공기관 경영을 바로세우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중대 과제 중 하나다. 전기, 도로, 교통, 복지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3년짜리 낙하산 사장이 노조와 결탁해 임금을 올려주고 민간기업에도 없는 과도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며 노조원들의 환심을 사기에 급급했다. 일감이 떨어지지 않는 공공사업을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운영하면서 생산성 제고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방만 경영의 피해는 고스란히 세금을 내는 국민의 몫이 됐다.

역대 정부들도 정권 초기에 현 정부와 다르지 않게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갈수록 동력이 떨어져서 말기에 이르러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개혁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이름을 내걸고 기관장 임금을 삭감하는 강수를 두며 개혁을 밀어붙이는 듯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현 정부에서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쓰는 ′파티는 끝났다′라는 어구는 박근혜 정부 때 현오석 부총리가 사용했던 말이다. 앞 정부들처럼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끝날 정책을 또다시 반복할 것이라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 행정력 낭비일 뿐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따라 개혁을 추진하도록 하되 감독과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한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단호한 것 같다. 과연 이번 개혁이 용두사미로 흐지부지되지 않고 정권 말기에 완결 선언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지금 경제는 여러 국내외의 악재로 첩첩산중의 고난을 겪고 있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 매고 불황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하는 시기다. 꼭 방만경영 개선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공공기관들도 고통을 분담하여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개혁에 자발적으로 나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