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치킨' 논란 붙은 업계
"집에서 데워먹어도 맛 그대로"
마트 최저가 치킨 완판 행진
"생닭 사용해 가격 경쟁력 밀려"
치킨프랜차이즈는 억울함 토로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7월 30일 오후 3시부터 판매된 '홈플러스 두마리치킨'이 한시간만에 매진됐다. 영등포점 치킨코너 전경. 사진=박문수 기자
"퇴근길에 들러서 치킨을 샀다. 맞벌이라 요리는 안한다. 뭐든 다 비싸서 마트치킨 만큼 고마운 게 없다. 조금 늦으면 치킨이 다 떨어져서 닭강정만 남을 때도 있는데 그거라도 산다."
7월 31일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에서 만난 40대 길 모씨는 "4인 가구의 저녁밥상을 9900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마트치킨의 가격경쟁력을 치켜세웠다. 그는 "집에서 에어프라이로 데워 먹으면 맛도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 마트들은 '최저가'를 상징하는 상품으로 이번에도 '치킨'을 선택했다. 10년 전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을 판매했을 당시 골목시장 소상공인 업종 침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땐 치킨 가게들이 프랜차이즈보다는 동네치킨집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늘어나면서 예전처럼 마트치킨에 대한 불만이 공격적이지는 않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예전과 분위기가 바뀌었다. 더 이상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의 대립구도가 아니다"며 "두마리 치킨은 무엇보다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춘 기획상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치킨프랜차이즈 업계도 불만은 있다. 가성비를 내세운 마케팅으로 인기를 끌었던 A치킨 관계자는 "2마리에 9900원이면, 생닭일 경우 생고기값도 못받는 가격"이라며 "아무리 냉동육을 써도 조리·인건비와 치솟는 식용유값을 고려하면 명백한 미끼상품"이라고 말했다.
B치킨 관계자는 "냉동삼결살과 생삼겹살은 맛이 다르지 않나. 치킨도 마찬가지다. 숙련된 사업자가 노하우가 담긴 조리법으로 좋은 기름에 냉장닭을 튀겨 만든 치킨과 냉동닭 치킨의 맛과 육향은 다르다"며 "홈플러스의 공격적인 마케팅 배경(영업이익 악화 등)을 알고 있어 이해는 되지만 둘을 같은 치킨이라고 매도하는 마케팅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치킨값이 상대적으로 비싸 보인다는 점이 억울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변에 마트·편의점 치킨이 팔려도 크게 매출에 신경이 쓰이는 정도는 아니다"며 "최저가 이미지를 심으려는 마트의 마케팅에 치킨값이 비싸졌다는 오명이 억울하다. 배달료, 식용유값이 인상된 게 다 우리 책임은 아니지 않냐"고 토로했다.
한편, 코로나19를 계기로 치킨시장의 이중구조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지금은 동네치킨집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치킨시장이 마트와 프랜차이즈 경쟁 구도로 재편된 셈이다.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은 점포 수와 브랜드 수 모두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낸 '빅데이터 활용 외식업 경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3만3928개였던 치킨 전문점 수가 지난해 12월 3만1303개로 8% 줄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치킨 가맹점 수는 2020년 2만5867개로 2018년(2만5188개)에 비해 679개 늘었다. 또 치킨 브랜드는 2019년 438개에서 2021년 701개로 2배가량 증가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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