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들어 '원숭이두창'이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지역에서 방역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확진자가 1명에 그치는 등 아직까지 잠잠한 모습이다. 왜 일까. 의료계에서는 원숭이두창이 대부분 동성간 성관계를 통해 발생하고 이를 감추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잠재적 확진자는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 숫자로 나타나지 않고 있을 뿐 우리 나라도 상당수의 환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북미에 90% 집중…美·WHO, 비상사태 선포
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원숭이두창 환자는 지난 6월 22일 발생한 환자 1명 외에 아직까지 추가로 보고된 것은 없다.
이 환자는 6월 21일 독일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내국인으로 입국 이후 본인이 질병관리청에 신고해 의심자로 분류됐고 이후 확진이 확인됐다. 이 확진자는 인천의료원에서 15일 격리됐고 감염력 소실 이후 지난달 8일 퇴원했다. 6월 22일 이후 이날까지 46일 동안 신고된 환자가 국내에서는 1명도 발생하지 않았고, 정부도 첫 번째 확진자 발생 당시 감염병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시킨 이후 계속 그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원숭이두창의 심각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의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4일(현지시간) 원숭이두창에 대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원숭이두창 확진자 증가는 심각한 방역위기고 이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대응을 강화, 질병의 확산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3일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아워월드인데이터(OWID)에 따르면 5일 기준 전 세계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총 2만7562명으로, 미국이 7084명으로 전체 확진자 수의 25.7%를 기록했다. 2위는 4942명을 기록한 스페인(17.9%), 3위는 2887명인 독일(10.5%), 4위는 2677명인 영국(9.7%), 5위는 2241명을 기록한 프랑스(8.1%) 순이다.
원숭이두창 감염을 대륙별로 보면 유럽이 1만6648명(60.4%)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그 뒤를 이어 북미지역이 8100명(29.4%)을 기록해 90%에 육박해 서구 선진지역에서의 발생이 두드러졌다. 인구가 밀집된 아시아 지역은 확진자가 224명으로 전체 대비 0.8%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동성간 성관계로 발생…국내 '조용한 확산' 가능성
지금까지 추가로 보고된 확진 사례는 없지만 한국도 이미 확진자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만큼 통계 수치에 잡히지 않는 '조용한 확산'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 원숭이두창 확산은 절대다수는 남성 간 성관계를 통해 이뤄진다고 확인됐기 때문에 신고 및 진단·치료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원숭이두창은 감염 이후 급속도로 악화돼 위중증·사망에 이르는 질환이 아니다. 열과 두통, 요통, 근육통 등 초기 증상에 이어 발진이 발생하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유가 돼 감염 이후 몇 주 내로 회복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방역당국에 신고, 진단·치료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숭이두창 백신을 주사기에 주입하고 있는 의료진. /연합뉴스
감염병 전문가인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대부분의 원숭이두창이 동성간 성관계를 통해 발생하는 만큼 신고와 치료에 나서지 않는 확진자가 특정 그룹 내에 상당히 발생했을 수 있다"면서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 확진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신고를 할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질병청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에 상용화된 치료제는 아직 없다.
감염자는 격리입원해 증상에 따른 대증치료를 받는다. 현재 국내에는 치료에 쓸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와 면역글로불린이 확보됐고, 치료를 위한 테코리비리바트를 도입할 예정이다. 질병청은 원숭이두창 감염 예후는 예방접종력, 건강상태, 기저질환 등 요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의사의 진료에 따라 증상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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