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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멈출 수 없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2020년 3월 포토라인 앞에 선 ‘박사방’ 조주빈이 한 발언이다. 그러나 불과 2년 반 만에 또다시 성 착취물 유포 범죄가 발생했다. 조주빈이 잡혔을 때에도 ‘엘’의 성착취는 계속됐다. “악마의 삶”은 멈추지 않은 것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용의자 A씨(가칭 ‘엘’)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미성년 피해자는 6명에 달하며, A씨는 이들에게 접근해 300개 이상의 성 착취물 영상을 제작·유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텔레그램을 이용해 여성들을 유인하고 협박을 통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n번방 사건'과 유사하다.
n번방을 추적했던 '추적단 불꽃' 활동가였던 미디어플랫폼 얼룩소의 원은지 에디터는 지난달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피해자가) 확인된 분만 6명 정도 된다"며 "피해 영상을 경찰에게 채증본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확인했을 때 대부분 아동·청소년으로 보였고 10대로 추정하고 있다. 중학생 미만인 분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밝혔다.
A씨는 추적단 불꽃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겁을 주고, 가해자와 대화하고 있으면 컴퓨터를 해킹해 가해자를 잡도록 도와주겠다며 텔레그램 대화 주소로 피해자를 유인한 것이다. 이후 그는 다른 피해자들의 영상을 보내고 '똑같이 찍어 보내라'며 피해자들에게 성 착취 사진과 영상을 보내도록 협박했다.
원 에디터는 "1분에 80건의 (협박 메시지를) 보냈다"며 "이런 식으로 10시간 이상 협박을 하고, 그 시간 동안 피해자분은 50개가 넘는 사진과 영상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밤 9시에 시작해 동이 틀 때까지 계속 피해자분을 괴롭히면서 유포하겠다고 계속 겁을 주고 영상물을 찍도록 구도, 조도까지 지시하면서 계속 협박했다"고 말했다.
원 에디터는 “피해자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가해자의 협박이었다. (A씨는) ‘네가 죽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네가 죽어도 나는 상관없다. 성착취물이 있기 때문에. 죽어주면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원 에디터는 “닉네임을 몸에 새기게 한 피해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조주빈, 문형욱 등 n번방 사건의 주범들이 검거되던 시기에도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원 에디터는 A씨에 대해 "정체가 짚이지 않았지만 텔레그램에서 2020년도부터 활동한 흔적들을 좀 찾았다"며 "조주빈, 문형욱이 한창 검거됐을 시기인 2020년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열심히 활동했고 올해 5월까지도 성 착취를 시도했던 정황들이 있다"고 말했다.
원 에디터는 “A씨의 경우 주기적으로 닉네임과 아이디를 변경했다. 아무래도 n번방과 박사방 제작자들이 검거되면서 본인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정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주기적으로 유통하기보다는 n번방 사건 이후 남은 세력들이 생겨서 본인끼리 친목하는 대화방이 여러 개 있는데, 그 방 관리자들에게 접촉해 ‘성착취물이 있으니 끼워달라’거나 본인이 게릴라식으로 대화방을 만들어 영상을 유포하기도 했다. 아니면 1대 1로 성착취물을 거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이 추적단불꽃에 피해 사실을 알려온 때는 지난 1월이었다. 원 에디터는 "성 착취 사건이 n번방 사건 이후로 엄청난 관심을 받으면서 온라인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들 때문에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n번방 때처럼 수사가 더 강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
수사 촉구를 위해 공론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31일 텔레그램을 이용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유포 사건과 관련해 신속한 수사를 위해 전담수사팀(TF)을 구성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려는 취지에서 전담 수사팀이 구성됐다"며 "일선 경찰서에 접수됐던 사건까지 모두 모아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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