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시설 협소…넓은 곳만 격리실 지원
"노숙인 치료시설 새로 짓는 계획은 없어"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노숙인들을 위한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텐트는 겨울 한파에 취약하고 코로나19 확진시 재택치료가 불가능한 노숙인을 위해 한 교회에서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노숙인 생활시설에서 백신 접종률이 90%를 웃도는데도 한 해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려 10배이상 늘어나는 등 노숙인 자활시설이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관련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원인은 시설 특성상 격리가 잘 안될 뿐만 아니라, 각종 위생상황이 일반 시설에 비해 좋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현재 서울시의 경우 단 한 곳만 시설내 격리실 공사를 지원받아 노숙인 자활시설 확충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접종률 높아도 확산…근본적으로 격리 공간 부족
29일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노숙인 생활시설에서 감염된 코로나 확진자가 3679명으로, 지난해(369명) 대비 10배 이상 크게 늘었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올해 9월 15일 기준으로 노숙인의 백신 접종률은 시설에서 접종 관리를 하지 않는 노숙인을 제외하고 90.3%에 달하며, 3차 접종률은 75.9%, 4차 접종률은 54.8%에 달하는 데도 타 시설에 비해 확진자가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집단감염 발생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용자가 18명 밖에 없는 대전노숙인지원센터에서도 올해 4명이 확진됐다. 해당 센터에서만 80% 이상 백신 접종이 완료됐지만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센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확진자가 없었는데 올해에는 확진자가 4명 나왔다"며 "코로나19가 계속 지속되다 보니까 지난해 걸리지 않았던 사람들도 결국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좁은 실내 격리공간 등으로 인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 탓으로 보인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노숙인이 함께 사는 시설이 격리 공간이 충분한 곳은 아니어서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확진되면 바로 '격리를 지키지 않을 시 감염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문자가 오는데 쪽방, 고시원, 노숙인 시설 등은 사실 자가 격리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곳들"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역 격리 지원 '태부족'..재원 확충 시급
문제는 서울시내 노숙인 생활시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고 시설 내 격리 공간을 세우는 사업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안 활동가는 "지난해 생활치료센터도 종료된 이후 복지부에서도 서울시에서도 별도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자활 시설 내에 전염병 격리실을 만들어주는 '기능 보강'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나, 그외 노숙인 코로나19 확진을 막기 위한 격리 관련 사업은 추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도 기능 보강은 이미 자활 시설 자체에 새로 격리실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올해에 기능보강 사업에 지원한 곳은 서울시립 양평쉼터 1곳뿐이다.
서울시 자활시설팀 관계자는 "조금 작고 열악한 시설들이 많다 보니 솔직히 격리 공간을 따로 조성할 정도의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며 "아예 노숙인들을 위한 치료 시설을 새롭게 만드는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위한 예산도 따로 편성받은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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