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전교육 주체는 업체"
사업장별 현황파악도 안돼
안전보건 외국어 자료도 부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3년간 연평균 10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지만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에서 각 사업장에 산업안전교육을 맡겨놓은 상황에, 통역 등 기본적인 교육 지원 서비스마저 손놓고 있어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각 언어로 제작해 배포하는 지원자료마저 전문용어가 많은 한국어 내용을 그대로 번역한 것에 불과했다. 조선업, 건설업 등 산업계 인력난으로 외국인 근로자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안전교육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사업장별 외국인 근로자 안전보건교육 계획, 참석 인원 등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각 사업장에서 실시하는 교육이지 정부가 실시하는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 사업장의 교육 현황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각 사업장에서는 내·외국인 구분 없이 매 분기 6시간 이상의 산업안전 및 사고예방 관련 정기교육을 실시하고, 채용 시 8시간의 교육과 특별교육 16시간 이상을 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이들 교육에서도 사업장에 따라 외국어 통역이나 자막 등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구색만 갖추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안전보건공단에서 교육자료 등을 어느 정도 개발하고 있지만 자료 활용 여부 또한 사업장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교육이 잘 안될 수도 있으니 (교육교재 등을) 지원할 뿐"이라고 했다. 안전교육 실시 주체가 각 업체이기 때문에, 현황 파악뿐 아니라 교육 지원 또한 '정부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전보건공단에서 국내체류자가 많은 국가의 16개 언어로 안전보건자료를 제작해 제공하고 있지만, 확인 결과 부실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번역한 것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제조업 끼임 예방 카드북' 한국어 버전을 보면 '컨베이어 끼임 사고'와 관련, "발생원인: 가동상태에서 이물질 제거작업 수행" "예방대책: 청소 등 비정형작업 시 운전정지, 작업지휘자 배치"라고 돼 있다. 용어 자체가 어려운 데다, 근로자들이 할 수 없는 '작업지휘자 배치'와 같은 내용이 '대책'으로 나와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교육 지원을 하고 있지만 결국 사업주의 의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영상 강의 등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하고 현지인 강사를 양성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취업하고 나서는 사업주가 직접 교육을 해야 한다"라며 "애초에 사업자의 의무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마냥 손놓고 있기 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진 의원은 "일부 산업군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작업이 이루어지 않을 정도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관심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부는 사업장별로 외국인 근로자 대상의 안전보건교육 계획 및 실제 운영 관련 현황을 주기적으로 파악함과 동시에 단순 번역에 그치는 수준이 아닌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책자 등의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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