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스페인 마드리드 빗물 저류조 방문
빗물저류 및 하수처리 기능 동시 수행
"서울 실정 맞는 시설 조속히 갖춰야"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27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규모의 빗물 저류조인 '아로요프레스노 빗물 저류조' 내부를 살피고 있다. /사진=서울시
【마드리드(스페인)=이설영 기자】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서울에 예상치 못한 폭우가 빈번히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빗물 저류조 설치에 속도를 가할 전망이다. 우리 실정에 맞는 빗물 저류조를 하루 빨리 만들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만사나레스강 상류에 있는 유럽 최대 지하 빗물저류조이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의 선진사례인 ‘아로요프레스노 빗물 저류조(Arroyofresno storm tank)’를 방문했다.
오 시장은 "과거에는 장마철에 거의 보름 정도 꾸준히 수량이 분산돼 비가 내렸는데, 최근 10년 정도를 돌아보면 예상 밖의 시기에 폭우가 쏟아지는 패턴을 보였다"며 "마드리드의 경우 벌써 15년 전부터 준비를 해서 13년 전부터 이 시설을 활용했으니 상당히 긴요 했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은 지하 40~50m 아래에 큰 터널을 만들어 폭우 시 빗물을 보관하고 하천으로 방류하는 시설이다. 서울시는 앞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방재성능 목표를 10년 만에 상향하고 침수에 취약한 강남역·광화문·도림천 일대 3개소에 2027년까지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현재 시설 설치를 위한 첫 번째 단계인 기본계획용역 공고를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용역을 완료할 계획이다. 때문에 오 시장은 마드리드 사례에서 서울에 적용 가능한 부분이 없는지 집중적으로 살폈다.
마드리드는 외곽의 만사나레스 강을 따라 36개의 크고 작은 빗물 저류조를 갖추고 있다. 36개의 빗물 저류조는 올림픽 수영장 391개를 합한 규모로, 약 132만㎥의 저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오 시장이 방문한 아로요프레스노 빗물 저류조는 만사나레스 강 상류에 위치하고 있으며, 축구장 5개를 합친 규모(면적 3만5000㎡, 저류용량 약 40만㎥)로 조성됐다. 비가 내리면 1차적으로 이곳에 빗물을 저장했다가 집수관을 통해 강 하류에 있는 빗물 저류조인 '부타케 탱크(Butarque tank)'로 보낸 후 강으로 방류하는 방식이다.
아로요프레스노 빗물 저류조에 모인 물이 만사나레스 강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빗물저류와 하수처리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만사나레스 강은 천(川) 정도의 유량을 갖는 규모가 작은 강이어서 본래 유량보다 하수처리해서 보내는 양이 더 많다. 조류보호구역인데다, 물고기도 살기 때문에 하수처리 기능이 중요하다.
마르타 로페스 산체스(Marta López Sánchez) 마드리드시 하수도과장은 "빗물 저류조에 강우와 하수가 함께 유입된다"며 "특히 마드리드 빗물 저류조는 수해 예방의 목적도 있지만 오염 하수가 곧바로 강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은 강수 및 가뭄의 정도, 폭우의 영향, 하수처리 능력 등이 마드리드와는 달라 이날 오 시장이 본 마드리드 빗물 저류조의 기능을 그대로 우리 시설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
서울의 경우 한강의 홍수조절 기능은 소양강댐·충주댐이 하고, 가뭄 시 한강 수위 유지는 잠실·신곡 수중보가 한다. 또 4개 하수처리장에서 평소에 하수를 100% 처리하기 때문에 빗물 저류조를 가뭄 시 활용하거나, 하수처리 기능까지 갖도록 할 필요성은 낮다. 다만 서울 실정에 맞는 빗물 저류조를 조속히 갖출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