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시각장애인 ‘눈’ 되어주는 점자도서부터 점자태블릿 등 배리어프리 기술

11월 4일 ‘한글 점자의 날’…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 높여주기 위한 점자 기술 활용 사례 주목
특수 토너 활용한 점자도서부터 애플 스마트기기 호환되는 점자태블릿,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까지

국내 인구 중 시각장애인은 전체의 0.5% 수준인 약 25만 명에 달한다. 빛 지각을 하지 못하는 전맹인뿐 아니라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 등 저시력과 같이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글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범위는 더 넓어진다.

이에 누구나 일상생활을 편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제거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문화를 조성하고자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극 도입하는 등 사회 전 영역이 힘을 모으고 있다.

‘한글 점자의 날’인 11월 4일(금)은 지난해 법정 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현재 점자로 정보를 얻는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주고 사회 활동의 장벽을 낮춰주는 ‘따뜻한 기술’들을 여러 있다.

특수 토너와 결합해 선명한 촉감을 제공하는 ▲점자도서부터 애플의 스마트기기와 호환돼 실시간으로 문자나 이미지를 점형으로 표시해주는 ▲점자태블릿, 시각장애인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까지, 혁신적 기술을 더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기술과 서비스들이 한층 발전되고 있다.

시각장애인 ‘눈’ 되어주는 점자도서부터 점자태블릿 등 배리어프리 기술

점자도서를 비롯한 각종 점자인쇄물들은 여러 점자 매체 중에서도 가장 쉽고 흔하게 접할 수 있어, 점자의 선명도 등 외형적 형태나 점역의 정확도 측면에서 한층 개선된 품질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점자 전문 출판·인쇄 사회적 기업 ‘도서출판 점자’는 한국후지필름비즈니스이노베이션(이하 한국후지필름BI)의 컬러 디지털 인쇄기 ‘레보리아 프레스 PC1120(Revoria Press™ PC1120)’과 특수 토너 ‘클리어 토너’를 활용해 양질의 점자도서 및 점자인쇄물들을 제작하고 있다.

‘레보리아 프레스 PC1120’은 기본 CMYK 컬러 외에 클리어, 골드, 실버, 화이트, 핑크 등 특수 토너 중 2색을 추가할 수 있는 ‘원패스(One-Pass) 6컬러 프린트 엔진’을 탑재해 풍부한 색상 표현이 가능한 제품으로, 이 중 ‘클리어 토너’를 활용하면 한층 선명한 점자 인쇄가 가능하다.

점자도서나 점자인쇄물 제작 시 종이에 ‘클리어 토너’를 먼저 입힌 뒤 UV프린터를 통해 에폭시 성분의 UV잉크를 자외선으로 굳히면, 점자를 더욱 선명하고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어 문자뿐 아니라 지도, 그림 등 이미지도 원하는 모양대로 표현할 수 있다.

한국후지필름BI와 도서출판 점자가 디지털 인쇄기를 활용한 점자도서 제작 방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발견한 방법이다. 현재까지도 점자도서, 큰글자도서, 점·묵자 혼용도서 등 다양한 도서와 점자명함, 점자달력 등 각종 특수 점자인쇄물 제작 시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도서출판 점자 김동복 대표는 “점자 인쇄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자가 쉽게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고정하거나, 다양한 용지에 이미지나 그래픽을 점자로 표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며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도서들이 늘어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도형이나 사진, 지도, 웹툰 등을 점자로 표현해 시각장애인들도 수학, 예술, 과학 등 여러 분야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점자태블릿도 있다. 자체 개발한 촉각 셀을 바탕으로 점자 스마트워치 ‘닷 워치(Dot Watch)’를 비롯해 다양한 배리어프리 제품을 개발하는 소셜벤처 ‘닷’의 ‘닷 패드(Dot Pad)’가 대표적이다.

‘닷 패드’는 수천 개의 점자핀으로 PC나 모바일, 전자칠판 등에 나온 도형, 기호, 표, 차트 등 그래픽을 디스플레이에 점형으로 표시해주고,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시각 자료를 쉽게 디자인할 수 있게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애플의 내장 스크린리더인 보이스오버와 ‘닷 패드’를 호환해, 블루투스로 기기를 연결하면 아이폰·아이패드 화면의 글자나 간단한 그림 등을 실시간으로 ‘닷 패드’에서 점자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미국 교육부가 진행하는 정부 프로젝트의 독점 공급자로 최종 선정돼, 올해부터 향후 4년간 미국 교육부를 통해 현지 모든 시각 장애인 학교에 공급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환경이 확산됨에 따라 식당이나 관공서 등 일상 곳곳에서 키오스크 도입이 늘어나면서, 장애인은 물론 키가 작은 어린이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지 않은 노인들을 위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개발·실증 사업자로 선정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기기를 개발해온 ‘엘토브’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일반인을 비롯한 장애인 등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얼굴인식, 음성인식, 동작인식 등 AI 기술을 바탕으로 이용자와 소통하며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시각·청각 복합장애인을 위한 다이내믹 점자 기능, 청각 장애인을 위한 아바타 수어 안내, 지체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키패드까지 탑재하고 있다.
특히 점자 디스플레이에 손가락을 대면 키오스크에서 나오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점자로 출력돼 표시된다. 저시력자를 위해 키패드 화면을 색상 반전이 있는 흑백으로 설정한 점도 특징이다.

향후 엘토브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점자를 음성으로 대체하는 등 다양한 버전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