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윤창현 발의 '디지털자산 공정화법' 추진.. 민당정 협의
野, 백혜련 정무위원장 '가상자산 불공정행위 규제법' 발의
암호화폐거래소 FTX가 파산보호 신청 직후 일부 자산이 해킹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14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 가상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제4차 민·당·정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한홍 국민의힘 간사와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신청으로 '코인판 리먼 사태'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이 이용자 보호를 위한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여당은 지난달 말 윤창현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14일 당국, 업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에 방점을 찍은 새 법안을 발의,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다음주께 가상자산 업권법을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 본격적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FTX 파산사태로 개인 투자자들이 한 푼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무르익으면서, 여야가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불안 확산되자.. 與, 이용자 보호 입법 최우선
여당은 이날 국회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주제로 민·당·정 간담회를 갖고 업권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창현 디지털자산특위원장은 "루나·테라 사태가 터진 지 얼마 안 됐는데 거래소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걸 보면서 굉장히 많은 충격을 받게 된다. (디지털자산 시장이) 정상적으로 법, 제도를 갖춘 상태에서 컸으면 이런 일이 좀 덜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제도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FTX 사태발(發) 불안요소로 다시 한번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 꼼꼼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라며 업권법 제정에 힘을 보탰다.
정부에서도 이용자 보호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입법 추진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거래 규율과 관련해서는 국제적 정합성 등을 고려해 입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규제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FTX 사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가상자산업자의 이용자 자산 보호 의무가 필요하고, 자기 발행 코인 등에 대한 불공정 행위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당은 윤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안'을 기본 틀로 잡고 있다.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하고 △이용자 예치금 신탁과, 디지털자산 사고에 대비한 보험·공제가입·준비금 적립 의무화 등 이용자 자산 보호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게 핵심이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행위, 시세 조종이나 자기 발행 디지털자산 거래 행위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과 범죄수익의 몰수·추징 조항도 담았다.
또 디지털자산 사업자에게 자율적인 상시 감시·신고 의무를 부과해 업계 자율규제가 가능토록 했다. 금융위원회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신설해 사업자를 감독·권한하게 하되 이 중 전부 또는 일부를 금융감독원장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금융위가 여당에 제출한 안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자산 정책 방향을 총망라한 법안이다.
야당도 여당과 같은 맥락.. 연내 입법 가능성
야당에선 백혜련 정무위원장이 지난 10일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규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고 시장의 거래질서를 확립한다는 게 입법 취지로, 여당안과 같은 맥락이다.
백 위원장안에는 가상자산업자가 자기 소유와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분리 보관하고, 해킹·전산장애 등 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토록 하는 등 이용자 보호 조치가 포함됐다. 불공정거래 행위를 명확히 하고,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금액에 따라 가중처벌토록 한 점도 눈에 띈다.
또 가상자산업자가 이용자에게 위탁받아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경우 이용자명부를 작성·비치토록 하고, 위탁받은 종류와 수량의 가상자산을 현실적으로 보유하도록 했다.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가상자산을 인출할 때 발생하는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으로 보인다.
이밖에 △미공개 주요정보를 이용한 행위 △매수-매도 시기를 사전에 짜고 매매한 행위 △거짓 기재나 표시를 통한 통정 매매 등을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했다. 불공정거래를 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범죄로 인한 손실액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피해 금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가중처벌하는 조항이 담겼다.
금융위가 이용자 보호 및 불공정 행위를 관리·감독하되, 금감원장에게 전부 및 일부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여당안과 같다.
이처럼 여야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에 나서면서 연내 법 통과 가능성도 점쳐진다.
복수의 정무위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무위는 다음주 법안소위를 열어 위의 법안들을 심사할 예정이다. 당초 15일 법안소위에서 논의키로 했지만, 비쟁점 법안을 우선 처리키로 하면서 심사가 다소 미뤄졌다.
FTX 파산사태로 이용자 보호 여론이 커진 데다, 여야가 최근 업계 상황을 반영한 각당의 대표 법안을 낸 만큼 심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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