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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가 유독가스를 화학원료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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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서울대 공동연구진, 새로운 효소 개발
분리공정없이 일산화탄소를 이산화탄소로 전환
현대제철 공장에 반응기 설치해 효소 성능 확인
최종적으로 화학원료 개미산으로 만들 수 있어
향후 스케일업 통한 대규모 시험운전 계획 중

효소가 유독가스를 화학원료로 바꿨다
제철소 용광로.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용환 교수팀과 서울대 이형호 교수팀이 제철소 폐가스 속 유독가스인 일산화탄소를 이산화탄소로 바꿔주는 효소를 개발했다. 이 생물학적 효소는 별도의 분리공정 없이도 상온·상압 환경에서 10회 이상 반복 사용해도 그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다. 더 나아가 이산화탄소를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인 개미산으로 만들었다.

김용환 교수는 15일 "현대제철 공장에 설치한 효소 촉매전환 반응기에서 폐가스에 있는 일산화탄소가 모두 전환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자연에 존재하는 일산화탄소 전환 효소는 산소에 매우 취약하다. 연구진은 이 효소를 산소가 있는 일반적인 공기중에서도 잘 작동하도록 3차원 입체적인 구조로 재설계했다.

즉 모든 일산화탄소 전환효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산소전달 핵심부위를 인공적으로 재배열한 것이다. 이 새로운 효소는 산소가 있어도 빠른 속도로 촉매반응이 일어난다.

효소가 유독가스를 화학원료로 바꿨다
UNIST·서울대 공동연구진이 효소를 일산화탄소만 통과할 수 있게 만들어 산소가 있는 상황에서도 성능이 뛰어난 상업용 효소를 개발했다. UNIST 제공
우선 연구진은 제철소 공정에서 나오는 폐가스에 효소를 이용해 일산화탄소를 이산화탄소로 전환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10시간 동안 연속반응을 살펴본 결과, 산소유무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재사용이 됐으며, 일산화탄소 전환능력이 잘 유지됐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 결과는 전처리없이 실제 산업환경에서 나온 폐가스에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새 효소가 전처리되지 않은 모든 폐가스를 화학원료로 직접 전환할 수 있으며, 이를 대량의 개미산으로도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김용환 교수는 "올해나 내년에 효소 촉매전환 반응기의 크기를 키워 대규모 시험운전을 진행하다보면 몇년내에는 실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화학·화공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에 지난 9월 12일 발표했으며, 이 학술지에서 표지논문과 하이라이트로 선정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