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딴 것은 필요 없고 BTS 공연을 보내주면 공개적으로 부산엑스포 지지를 선언하겠다고 했다."
"외교가에서 한국 하면 대화의 화제가 BTS로 시작해서 BTS로 끝난다."
"한류 확산으로 남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한복판에 '서울의 거리'가 조성됐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 공동위원장, 박형준 부산시장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BTS(방탄소년단)과 지난 7월 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 나섰던 정·관계 관계자들은 BTS의 활동중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BTS의 한류 열풍이 세계 각국에 깊게 파고들어 있어 BTS의 힘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BTS 군입대 문제로 2025년까지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이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 리야드에 뒤쳐져 막판 뒤집기가 필요한데 BTS의 공백에 대한 아쉬움은 어느때보다 크다. BTS의 병역특례 찬반 논란은 우리사회에 큰 여운을 남겼다. 1973년 도입된 예술스포츠요원 대체복무가 순수예술에 치우쳐 K팝 등 대중문화가 발전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쳐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반면 BTS의 대체복무는 법규정에 없어 형평성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컸다.
BTS RM이 지난 7월 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엔터테인먼트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주요국 "BTS 공연 와주면 부산엑스포 지지"
21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 가운데 BTS의 활동중단과 군입대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멕시코 등 주요국가들이 BTS 자국 공연을 전제로 부산엑스포를 공식지지 할 수 있다는 의사를 우리 정부에 타진하는 등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서다.
정부는 당초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로 BTS와 이정재 등을 선정하고 유치전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BTS 병역문제가 불거지고 그룹활동 잠정중단 선언에 이어 군입대 결정에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BTS는 맏형인 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한 후 오는 2025년 '군필돌'로 완전체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다.
부산엑스포 유치전이 2023년 11월 최종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BTS가 더이상 부산엑스포에 기여할 기회가 크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다. 특히 오일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와 격돌하는 우리나라는 문화예술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에서 더욱 아쉬움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우디는 이미 지난해부터 리야드 엑스포 유치를 위해 우리보다 발빠르게 뛰어들어 높은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부산 엑스포 지지 국가는 16개국에 그치지만, 리야드 엑스포를 공개 지지한 국가는 50개국에 육박한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대표이사 이재성)은 지난 9월 11일 오후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서울관광 홍보영상 '서울에서 만나요(SEE YOU IN SEOUL)'를 서울관광재단 홈페이지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했다. 사진은 서울에서 만나요 홍보영상. /뉴시스
사우디에 유치전서 뒤져 BTS 힘 절실
대체복무는 징병제 국가에서 병역 의무자가 현역 복무 대신 공공기관이나 공공시설 등에서 복무하는 제도다.
중소기업 산업기능요원이 대표적인데 한해 1만명 가량이 대체복무를 한다. 반면 예술체육인 대체복무는 1년에 20~30명에 그친다. 중소기업 산업기능요원은 대체복무가 대거 허용되는데, 국위선양과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는 K팝과 스포츠가 홀대 받는다는 논란이 있다. 특히 BTS는 경제 유발효과 61조원, 일자리 50만개 창출이 기대되는 부산 엑스포 유치전의 핵심 전략 중 하나였다.
BTS로 재점화된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는 1973년 제정돼 제도 자체의 형평성 논란도 크다.
예술체육요원 대체복무는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해 군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는 제도다.
예술요원 대체복무 기준은 음악, 무용 국제대회 등과 국악, 한국무용, 미술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대회가 포함된다.
이같은 기준이 과거에 만들어지고 일부 수정됐지만, K팝 등 대중예술인은 제외돼 형평성 논란이 끝이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예술체육요원 대체복무는 시행령으로 정한다. 예를 들어 발레의 경우 대체복무 시행령에 포함됐는데, 문턱이 낮아 손쉽게 군에 안갈 수 있다"며 "발레는 대체복무 혜택을 보는 국내외 대회가 열개가 넘고, 우리 출전 선수가 많지 않아 난이도가 낮다"고 밝혔다.
대중예술인 대체복무 논란 여전
예술체육인 병역특례는 1973년 제정될 당시에도 사회적 관심이 높았다. 1971년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병역 문제로 입국하지 않았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예술인 병역특례 신설을 지시하고, 체육인도 올림픽 등 입상자에 병역면제를 포함한 특례를 만들었다.
이처럼 과거 기준에서 순수예술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지만, 최근 대중문화 예술인의 가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
대체복무 취지가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해 제공하는 것인 만큼 오히려 무명의 순수예술 선수보다 유무형의 가치가 높은 대중예술인에 혜택을 주는 것이 이시대에 더 의미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BTS의 대체복무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군입대는 당연하다는 시각도 크다.
한 30대 직장인은 "훗날에 다른 연예인이 적용받을 기준을 만들어도 지금 BTS에 대체복무를 주는 것은 특혜처럼 보일 수 있고 정부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BTS의 대체복무는 기준이 없다.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라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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