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170명 구성
피해자 명예회복·추모 및 진실 규명 예정
권성동 발언에는 "벌써 갈라치기하나" 비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 기자회견 중 오열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가는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10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 협의회 창립을 선언했다.
협의회는 희생자 97명의 유가족 170명으로 구성됐다.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 및 추모, 철저한 진실 및 책임 규명을 목적으로 한다.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 △진상 및 책임 규명 △참사 피해자 지원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 등을 촉구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이날 기자회견장은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유가족들은 오열하며 생전의 희생자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허망한 죽음이었는지를 털어놨다. 기자회견 중 한 유가족 실신해 119가 출동하기도 했다. 유족들 사이에서 "살인자를 처벌하라", "이상민을 탄핵하라"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희생자 유족들의 연락처를 공유하지 않은 정부의 대처를 비판했다.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희생자 유족들이 만나야 한다고 했으나 지금도 연락처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행안부에서 하고 있는 것은 저희들 의견을 물어보시지도 않고 중대본을 해체한 것"이라며 "통합지원센터 유가족 지원단에 전화하니까 '유가족과 소통할 계획도 없고 위에서 지시 내려온 적도 없다'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 전혀 계획도 없이 중대본을 왜 해체하셨는지 그것이 궁금하다"고 했다.
고 김지연씨의 어머니 조미애씨는 "지금의 나는 꽃을 보아도 예쁘지 않고 나무를 보아도 싱그럽지 않다"며 "좁은 골목에서 흥겹게 흘러나오는 큰 음악 소리에 나도 모르게 커다란 눈물이 흐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도로로 두 팔을 벌려 눈을 감고 걸어 들어가면 잊혀질까 계획도 세워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용산 대통령을 지키느라 이태원에 정부는 없었다. 용산 대통령을 지키다 이태원을 못 갔으니 책임을 지우기도 애매하겠지"라고 날을 세웠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유가족협의회 출범에 대해 "이태원 (유가족 협의회)이 세월호 (추모단체)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세월호 유가족들도 자식을 잃고 그 슬픔과 비통함 때문에 정부에 수많은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요구를 했었고 저희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정부에서 저희한테 손을 내밀어줬나. 저희가 처음부터 이렇게 했나", "책임자로서 진실한 사과 한마디만 했으면 이렇게까지 안 했을 것", "왜 벌써부터 이렇게 갈라치기를 하고 국민들한테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냐"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오는 16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서 시민대책위원회와 함께 시민 추모제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를 진행할 예정이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