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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투자에 美 '삼성 고속도로' 로 화답..국내는 찔끔 세제 혜택

반도체 공장 투자에 美 '삼성 고속도로' 로 화답..국내는 찔끔 세제 혜택
미국 윌리엄슨카운티 당국이 공개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과 기존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삼성 고속도로' 건축 계획 도면. Future Country Road로 표기된 도로가 이번에 명명된 '삼성 고속도로'다. 윌리엄슨카운티 제공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경제 한파에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가 미국에서는 귀빈 대접을 받는 반면, 국내에서는 홀대를 받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는 테일러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인프라 개선을 위해 충분한 세제 혜택과 함께 '삼성 고속도로'까지 건설하는 적극적 투자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경쟁을 위한 전방위 지원이 절실한 국내에서는 업계가 요청했던 반도체 투자세액 공제율이 8%에 그치며 경제활성화를 외면하고 있다.

27일 미국 텍사스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윌리엄슨카운티 당국은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기존 고속도로를 잇는 새 도로의 이름을 '삼성 고속도로(Samsung Highway)'로 명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윌리엄슨카운티 당국은 지난해 12월 2200만달러 규모의 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은 전체 비용 중 290만달러를 부담할 예정이다.

도로 건설은 두 구역으로 진행된다. 1구역은 지난 여름부터 건설을 시작해 내년 가을에, 2구역은 내년 초 착공해 2024년 가을에 완료될 예정이다.

재계에선 윌리엄슨카운티 당국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이 마무리된 뒤 물류 이동이 원활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윌리엄슨카운티에 약 20조원 규모를 투자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 내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최대 수조원에 이르는 반도체공장 투자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는 외투기업으로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지만 안방인 국내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1위를 수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지원이 부족한 것과 대조적이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수조원의 지원을 약속하며 반도체 공장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이들 국가는 20%가 넘는 세액공제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 평택에 20조원을 넘게 투자해 대규모 반도체 공사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율은 고작 8%에 그친다. '반도체특별법(K칩스법)' 중 하나인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지만, 세수 감소를 우려해 대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찔끔 상향했기 때문이다. 이는 여당안(20%)은 물론, 야당안(10%)보다 낮다. 여당안을 대표 발의했던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은 개정안 통과 뒤 "세액공제율 8%는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의 사망 선고"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도체학회 등도 성명을 통해 "한국 반도체의 미래가 없어졌다"고 반발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세액공제비율 확대 논의를 이어가달라"고 촉구하는 등 산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세액공제율 8%는 미국의 세액공제 25%, 중국의 법인세 100% 감면, 일본의 반도체 공장 신·증설비용 40% 보조금 지급 등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우리 정부 역시 지원책에 대해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비단 삼성전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잘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