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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양극화] "증여·추가투자 타이밍인가요".. 부동산 규제완화에 자산가 문의만 늘었다

◆[1.3대책 후 은행 대출문의 양극화]
현금여력 있는 자산가들, 자녀 증여·추가 매수 문의
강남·서초 WM센터 부동산 문의 10~20% 늘어
높은 이자·집값 하락 무서운 중저소득자는 여전히 관망세.
둔촌주공이 최대 수혜 "계약 포기 되돌릴 수 있는지 문의도"


[대출 양극화] "증여·추가투자 타이밍인가요".. 부동산 규제완화에 자산가 문의만 늘었다
지난 6일 KB국민은행 둔촌역지점 대출창구. 1.3대책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둔촌주공 인근 시중은행에도 대출 관련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김동찬 기자

[대출 양극화] "증여·추가투자 타이밍인가요".. 부동산 규제완화에 자산가 문의만 늘었다
6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3일 정부가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시킴에 따라 분양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이 대표적인 수혜단지로 꼽힌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풀렸으니 소득이 있는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매도하고 싶다'라는 50~60대 자산가들의 문의가 체감상 20% 정도 늘었다."(서울 서초구 소재 은행 자산관리센터 관계자)
#."가계대출 문의는 그대로다. LTV를 70%까지 풀어줘도 이자부담 때문에 집 사겠다는 상담은 거의 없다."(서울 관악구 소재 시중은행 관계자)
지난 3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후 소득·자금 여력에 따라 대출 문의가 '양극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유지로 중저소득자 대출한도에는 사실상 변화가 없는 데다, 내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규제 완화 효과가 '부자들'에 국한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대책후, 강남권은 문의 20% 늘어
8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큰 손'들이 주 고객층인 서울 강남·서초 일대의 자산관리(WM)센터에는 정부의 1.3대책 이후 부동산 매매·증여 문의가 10~20%가량 늘었다. 서초구 소재 한 시중은행 WM센터 관계자는 "연말에만 해도 부동산 쪽 상담이 끊기다시피 했는데 1.3 대책 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센터에 매일 한두건 이상은 매수 상담이 들어온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구 소재 또다른 WM 관계자도 "3일 대책 발표 전에 비해 부동산 관련 문의가 10~20%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근로 소득이 있는 자녀에게 자신이 가진 부동산을 증여·매도하려는 문의, 서울 강남과 용산의 '똘똘한 한 채'를 추가 매수하려는 문의가 주를 이룬다.

지난 3일 정부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집값의 최대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LTV 규제를 완화한 영향이다. 기존에 대출을 받을 수 없던 2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자산가들의 문의가 더 많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강남구 소재 WM센터 관계자는 "그동안은 다주택자들이 자녀에게 증여나 매도를 하려고 해도 대출 규제와 세 부담으로 망설이고 있었는데 1.3대책 이후 시세를 타지 않은 물건을 자녀에게 주겠다는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라며 "자산가들이 소득이 있는 자녀의 주택담보대출을 문의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중위권 소득자는 아직 때가 아니다 '관망'
자산가들은 '규제가 완화된 지금이 타이밍'이라며 증여·추가 투자를 모색하는 자산가들과 달리 중저소득자들은 높아진 이자부담에,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여전히 차분한 모습이다. 남아있는 DSR규제를 비롯해 고금리, 꺾인 부동산 매수세 등 상황이 복합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강북구에서 대출중개 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LTV 규제가 완화됐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대출 한도가 늘어난 게 아니다"라며 "5일부터 규제가 완화됐는데 부동산 매수 문의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소득자가 많이 있는 강남, 송파, 서초 이런 곳들은 15억원 이상 부동산에 대한 주담대가 풀리면서 수요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강북 지역은 딱히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관악구 소재 시중은행 관계자도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더 많다. LTV 규제 완화에도 가계 대출 문의가 거의 없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대출상담사 B씨는 "연봉 5000만원이면 최대 3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마이너스통장, 자동차 할부 등 다른 대출이 끼면 체감상 대출 금액은 많지 않다"라며 "현금 자산이 5억원 이상인 자산가, 고소득자들은 하반기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둔촌주공 인근 은행 전화 쏟아져
이런 가운데 시류를 타지 않는 강남3구와 용산, 1.3대책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둔촌 주공 등 일부 지역만 매수심리가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 팀장은 "시장에서는 '규제가 유지되는 지역들이 정부가 가격이 불안정하다고 보는 지역'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강남3구는 오히려 오를 수 있다고 보고 매수심리가 일부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둔촌 주공아파트의 인근 중개업소와 시중은행에는 문의가 빗발치는 등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둔촌동 한 공인중개소에서는 "당첨자 중 기존 규제 때문에 계약을 포기한 경우가 있었다“면서 ”규제 완화 소식을 듣고 뒤늦게 번복할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최근 잦았다"고 설명했다.

근처 시중은행도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는 반응이다. 둔총동 소재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대 수혜지로 꼽힌 후 맞벌이 부부, 대기업 직장인을 중심으로 대출 문의가 크게 늘었다”라며 "다만 고금리 상황에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대출 건수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이승연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