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농촌경제연구원
[파이낸셜뉴스] 이번주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정부가 거부권을 시사했다. '쌀 과잉 생산구조가 고착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연구기관은 양곡관리법으로 쌀 의무매입시 세금이 연평균 1조443억원 투입될 수 있다며 혈세낭비를 우려했다.
19일 정부 국회 등에 따르면 오는 24일 민생 안건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의석수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다면 통과가 유력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헌법 53조에 규정된 입법부견제 수단인 재의 요구권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양곡관리법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지속적인 세금낭비와 쌀의 과잉생산을 부추긴다고 보고 있다.
양곡관리법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 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정부의 쌀 매입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식습관 변화로 이미 쌀은 과잉생산되고 있어, 정부가 의무매입 할 경우 수급불일치는 더욱 심화돼 중장기 세금낭비가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양곡관리법이 농업 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고 보고 적극 저지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양곡관리법 통과시 쌀 수급 조절기능 약화로 벼 재배면적 감소폭이 둔화되며 초과생산량 규모는 2022~2030년 연평균 46만8000t으로 기본 전망치 대비 132.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초과생산량 증가로 시장격리에 따른 재정은 연평균 1조443억원이며,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게 정부의 전망이다.
쌀가격 안정에 세금을 투입하기 보다는 우리에 부족한 콩, 밀, 가루쌀 등 대체작물 생산이 장기적으로 농민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게 정부 입장이다. 농민단체와 학계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농민단체는 양곡관리법을 반대하고 있다. 전국농학계대학장협의회는 최근 "양곡관리법은 한정된 농정예산 하에서 풍선효과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며 "쌀에 대한 과도한 재정 집중은 결국 타 품목 투자 축소로 이어져 품목 간 갈등과 농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쌀 농업을 지켜내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며 "수입으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우리의 식량과 농업을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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