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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여 슬그머니 썼다" 대중교통 마스크 해제 첫날 [현장르포]

인파 속 노마스크 찾기 힘들어
"질병 예방" "표정 드러내기 싫어"
눈총 받아 도로 마스크 쓰기도
일부 노마스크 시민, 편하다는 반응

[파이낸셜뉴스] 20일 오전 9시 서울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 지하철 단말기에서는 교통카드를 찍어도 "삑" 소리 이외의 안내음이 나오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하세요'라는 안내음은 사라졌지만 시민들의 얼굴에 마스크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날부터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으나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눈치 보여 슬그머니 썼다" 대중교통 마스크 해제 첫날 [현장르포]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인 20일 서울 지하철 이용 승객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아직은 '예스 마스크'
이날 오전 9시 10분께 신촌역에서 이대역으로 향하는 서울지하철 안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지하철 한 칸 가득 80~90명 가까이 있었으나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은 5명 정도였다.

지하철에 타고 있던 박모씨(53)의 경우 마스크를 눈 밑까지 추켜올리고 있었다. 여태 코로나19에 안 걸렸다는 박씨는 "아직 더 써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거의 다 걸렸는데 증상이 심각해 보였다"며 "(마스크가) 다른 병에 걸리는 것도 막아주고 아직 한여름이 아니라 견딜만하다"고 했다.

대학생 김모씨(19)는 공들여 화장한 얼굴 위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김씨는 "코로나19는 작년에 이미 걸려 불안감은 적다"면서도 "미세먼지도 있고 감기에 걸리고 싶지 않아 마스크를 썼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마스크 착용이 익숙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직장인 한모씨(28)는 "직장 다니면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도 싫고 얼굴 드러내는 게 어색하기도 하다"며 "더워지기 전까지 계속 쓸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여전히 다수가 마스크 쓰면서 오히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눈치를 보는 상황이 연출됐다.

마스크 벗고 출근한 직장인 심모씨(29)는 "나만 마스크를 안 끼고 나온 것 같다"며 "사람들이 바로 다 벗고 다닐 줄 알았는데 뭔가 잘못한 기분이었다. 괜히 눈치 보이더라"고 지적했다.

또 직장인 임모씨(29)는 마스크를 안 끼고 지하철 신분당선을 탔다가 주변의 분위기를 보고 주머니에 있던 마스크를 도로 썼다고 한다. 임씨는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오히려 따가운 눈총이 느껴져서 마스크를 썼다"고 언급했다.

"눈치 보여 슬그머니 썼다" 대중교통 마스크 해제 첫날 [현장르포]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인 20일 서울 지하철 이용 승객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친구 얼굴 익히기 쉬울 것"
첫날 어색한 분위기가 존재했지만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노(No) 마스크'에 선호할 것으로 보였다. 실제 이날 마스크를 벗고 나온 시민들은 가볍고 쾌적하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박모씨(26)는 이날 출근하면서 아예 마스크를 들고 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는 "사무실에 예비로 사둔 것은 있는데 앞으로는 잘 끼지 않을 것 같다"며 "마스크를 끼면 피부에 염증이 나서 거슬렸던 편이었는데 벗고 다니니 너무 편하다"고 강조했다.

마스크를 벗은 채 지하철에 탄 대학생 임모씨(19)도 "코로나19가 시작될 때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입학도 늦었고 3년 내내 아무것도 못 했다"며 "예전과 다르게 친구들도 자주 보고 마스크도 안 껴서 얼굴 익히기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지하철 안 잡화점을 운영하는 상인들도 바뀐 분위기를 실감했다. 평소 마스크를 깜빡 잊고 출근하다가 급하게 낱개로 사는 직장인들이 오전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했는데 이날은 낱개로 마스크를 구매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잡화점 주인인 양모씨(51)는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아침에 낱개 마스크를 사는 사람이 20명 정도였는데 오늘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