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범이 성범죄로 수감 중 목숨 끊은 제프리 엡스타인
빌 게이츠(왼쪽)와 밀라 안토노바 /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바람을 피웠다가 이를 빌미로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성범죄로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헤지펀드 매니저 제프리 엡스타인이 빌 게이츠의 불륜을 알고 2017년부터 그를 협박했다고 보도했다.
빌 게이츠는 2010년께 당시 20대였던 러시아 출신 브리지 게임 선수 밀라 안토노바를 만났다. 브리지는 포커 게임의 일종이다. 두 사람이 어떻게 얼마나 만났는지 등 구체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빌 게이츠가 브리지 게임 애호가로 유명해 이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안토노바는 브리지 게임을 전파하기 위해 온라인 교육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금 확보에 실패하자 직접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가 되기로 결심, 프로그래밍 코딩스쿨에 지원하기 위해 등록금을 빌리러 다녔다. 이때 엡스타인이 아무 조건 없이 등록금을 지원해주면서 관계를 맺게 됐다. 엡스타인은 당시 성범죄 혐의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JP모건과 함께 수십억달러 규모의 자선기금을 조성하고 있었다. 엡스타인은 1990년대부터 10대 소녀 수천명을 끌어들여 성 착취한 바 있다.
엡스타인은 자선기금 조성에 빌 게이츠도 끌어들이려고 했다. 그는 JP모건 경영진에게 이메일을 보내 “본질적으로 자선기금은 빌 게이츠의 결혼생활이나 재단 직원들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인재 유치, 거버넌스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이를 거부했고, 엡스타인은 안토노바와의 관계를 거론하며 빌 게이츠를 협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엡스타인은 자신이 지불한 안토노바의 코딩 스쿨 비용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의 대변인은 "게이츠는 오로지 자선사업 문제로만 엡스타인을 만났다"라며 "엡스타인이 게이츠를 끌어들이는 데 계속 실패하자 게이츠를 위협하기 위해 과거의 관계를 이용하려 했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안토노바는 빌 게이츠에 대한 언급은 거부했으며, 엡스타인을 만났을 당시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안토노바는 "그가 범죄자이거나 다른 속셈이 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라며 "나는 그 사람과, 그가 한 일이 모두 역겹다"라고 했다.
한편 엡스타인은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2019년 체포된 뒤 뉴욕의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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