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여성 경력단절 심화…절반 가까이 직장 떠나
10명 중 6명은 30대 "자식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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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기간 절반 가까이 되는 여성이 직장을 떠났다.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경력단절 경험 비율은 35.0%에서 42.6%로 뛰었다. 재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7.8년에서 8.9년으로 늘어났다.
"경단 했더니 월급 40만원 줄어"
여성가족부는 만 25∼54세 여성 85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경력단절여성법에 따라 3년마다 내는 국가승인통계다.
만 25∼54세 여성 중 한 번이라도 경력단절을 겪은 사람은 10명 중 4명(42.6%)꼴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5.0%) 조사 때보다 7.6%p 늘어난 수치다.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은 자녀가 없는 기혼여성보다 경력단절 경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력단절 이후 다시 일자리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3년 전 7.8년에서 8.9년으로 늘었다. 경력단절을 처음 경험하는 나이는 평균 29.0세(2019년 28.4세)다.
코로나19 시기에 해당하는 2020년 3월부터 조사시점인 2022년 8∼10월까지 일을 그만둔 여성의 65.6%는 30대였다. 일을 그만둔 당시 53.9%는 대면업무가 많은 서비스 업종에 종사했다.
일터를 떠난 직접적 요인으로는 절반가량이 '긴급한 자녀돌봄 상황에서 대응방안의 부재'(49.8%)를 꼽았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 머무는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경력단절 이후 새로 구한 일자리는 전 직장에 비해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이전 1∼4인 사업체 종사 비율은 20.9%였지만 경력단절 이후 이 비율은 45.7%로 뛰었다. 5인 이상 사업체 종사 비중은 모두 감소했다.
경력단절 이후 첫 일자리 현황을 보면 사무직·전문가, 상용직, 전일제 일자리는 줄었다. 판매·서비스직, 임시직·자영업자, 시간제 일자리는 늘었다. 주 평균 근로시간도 4.3시간 감소했다.
경력단절 후 첫 일자리 월 임금(214만3000원)은 경력단절 이전(253만7000원)의 84.5% 수준이다.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현재 임금은 경력단절 경험이 없는 여성의 84.2% 수준이다. 경력단절이 임금 격차를 유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가정 양립제 없는 회사는 여성 경력단절↑
경력단절 현상이 심화한 만큼 일·가정 양립제도의 활용도 늘었다. 임신·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이 갖춰져 있는 회사에서는 그 이용률이 높아졌지만, 그렇지 않은 사업장 여성들은 경력이 끊겼다.
일·가정 양립제도가 갖춰진 직장을 다닌 여성들에게 물은 결과 경력단절 당시 재택·원격근무를 한 여성은 22.5%(8.7%p↑), 임신 중 근로시간 단축제는 28.5%(2.8%p↑),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는 21.1%(2.0%↑), 육아휴직 사용 후 직장으로 복귀한 비중은 54.3%(11.1%↑)로 2019년보다 늘었다.
육아휴직 사용 후 직장에 복귀하지 못한 사유로는 자녀양육과 일 병행의 어려움(39.9%), 믿고 돌봐줄 양육자 부재(29.7%), 믿고 맡길 시설 부재(10.7%) 등 순이다.
연구 책임자인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일가정 양립제도를 남녀 모두 사용하지 않으면 그 어떤 좋은 제도가 오더라도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일손 부족,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구인난이 오면서 구직난은 일정 정도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이후 첫 일자리를 찾기 위한 적극적 구직활동은 38.6%로 2019년도에 비해 6.0%p 증가했다. 구직활동 평균 기간은 11개월로 2019년도에 비해 5.5개월 단축됐다.
구직 목적은 생활비 보탬이 39.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녀 교육비 지원(24.2%), 자아실현 및 자기개발(15.8%), 생계책임(12.3%) 등 순이다. 2019년에 비해 생활비 보탬은 7.0%p 감소했지만 자녀교육비 지원은 7.0%p 증가했다.
경력단절 위기가 있었으나 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가족구성원의 양육지원(43.2%), 지금 힘들어도 미래발전 있는 일이어서(30.7%), 일·양육 병행 가능한 직장문화(11.6%) 순으로 집계됐다.
재취업시 고충사항으로는 일자리 정보부족(16.8%), 사회적응에 대한 자신감 부족(13.9%), 일자리 경험·경력 부족(13.5%) 등을 꼽았다.
연령별로 보면 25~34세는 임금 외 원하는 근로조건의 일자리 부족, 35~44세는 자녀 양육으로 인한 구직활동 시간의 부족, 45~54세는 자신감 및 일자리 경험·경력부족을 애로사항으로 응답했다.
조사시점 당시 일하지 않고 있던 여성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38.1%), 취업 여성의 경우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확충(35.6%)' 요구가 가장 많았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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