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무시와 가난에 짓눌려 불지른 여성
1심서 징역 8년 선고.. 항소심도 원심 유지
자료사진. pixabay
[파이낸셜뉴스] 극심한 스트레스로 절망감에 빠져 집에 불을 지른 엄마가 항소심에서도 원심 판결과 같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3-2형사부(고법판사 김동규·허양윤·원익선)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원심이 선고한 징역 8년형과 치료감호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14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자택에서 화재를 일으켜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결혼 후 수천만원의 카드빚을 지자 남편과 위장 이혼을 한 뒤 남편의 형 명의의 집에서 숨진 아들(25)과 딸(14), 남편 넷이서 함께 거주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A씨는 일반인보다 다소 낮은 지능과 행동이 어눌하다는 이유로 남편과 남편의 형으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모욕적인 말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남편의 형으로부터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매매하지 않을 거면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줄 테니 나가라'는 말을 들어 위기감을 느꼈고, 숨진 아들 앞으로 배송된 카드 연체금 독촉 우편물에 깊은 절망에 빠졌다.
A씨는 평소 느꼈던 스트레스와 절망감에 결국 집에 불을 질러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했지만, 숨진 이는 아들이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주거지의 거실에서 남편이 잠을 자고 있었다. 또 안방 화장실 안에는 아들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안방에서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질러 아들이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를 일으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저질렀으며,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초범인 점, 아들인 피해자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이같이 형을 정한다"라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후 A씨와 검찰은 각각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항소했으나, 재판부는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 양형은 피고인의 유불리한 여러 정상들을 충분히 고려해 형을 정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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