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가 경찰관을 향해 손짓하는 모습(왼쪽)과 승객이 용의자가 있는 좌석을 가리키는 모습 / 경찰청 유튜브 채널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버스좌석 밑에 숨어 불법 촬영을 하던 50대 남성이 버스 기사와 승객의 도움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후 1시30분쯤 광주 서구를 지나던 한 버스에 탄 승객으로부터 “다른 승객 다리를 찍는 사람이 있다”라는 문자메시지 신고가 접수됐다.
"몰래 다리 찍는 사람 있다" 경찰에 신고문자
경찰은 신고자와 음성통화를 할 경우 용의자의 2차 가해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버스의 위치와 진행 방향 등을 파악했다.
경찰관들은 실시간으로 버스 위치를 확인한 뒤 다음 정류장에 숨어서 기다렸다. 그 사이 신고자는 버스 기사에게 다가가 "이상한 승객이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라며 미리 도움을 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잠시 뒤 버스 정류장에서 경찰을 발견한 기사는 오른손을 들어 ‘이 버스가 맞다’라는 신호를 보냈다. 기사는 경찰이 올라타자 엄지손가락을 들어 뒤쪽을 가리켰다. 이때 신고한 승객도 손을 위로 뻗어 손가락으로 불법 촬영자가 숨어있는 곳을 가리켰다.
경찰이 다가가 보니 용의자는 좌석 밑에 웅크리고 숨어 있었다. 경찰을 발견한 용의자가 불법 촬영한 사진들을 황급히 삭제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기사-경찰 찰떡공조로 몰카범 현장 체포
경찰이 휴대전화를 달라고 하자 용의자는 별다른 저항 없이 휴대전화를 건넸지만 이 휴대전화에는 사용 기록이 없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휴대전화 2대죠?"라며 숨긴 휴대전화를 달라고 압박했다.
결국 경찰은 용의자 주머니에서 다른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경찰은 증거영상과 사진을 확인하고 용의자를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전에는 이런 짓을 한 적이 없었는데 순간적인 충동으로 잘못을 저질렀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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