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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성폭력처벌법상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다시 한 번 안겨주고,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를 가해자 처벌 중심의 개념적 용어로 조속히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치는 '다른 사람을 볼 낯이 없다'는 뜻으로, 성범죄 피해자의 복합적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편견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성적 수치심 표현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28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는 지난 3월 24일 '성범죄 처벌 법령상 성적 수치심 등 용어 개정’ 권고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성폭력처벌법, 인권보호 수사규칙, 형집행법 수행에 규정된 '성적 수치심'을 삭제하고 대신 '사람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하는'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성적 수치심'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경험하는 공포와 분노, 비현실감, 죄책감이나 무기력, 수치심 등 다양한 피해 감정을 소외시키고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성차별적 용어라는 것이 위원회의 입장이다.
특히 성적 수치심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면 실제 법원이 양형판결을 할 때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 2018년 5월 버스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불법촬영한 남성이 1심에서 벌금 70만원형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기분 더러웠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고 봤다. 대법원이 2020년 12월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으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고 분노, 공포, 무기력, 무력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이 사건을 파기환송해 논란이 일단락되기는 했다.
가해자 처벌 위주의 '사람의 신체를 성적대상으로 하는 행위'로 변경해야
이와관련, 이처럼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거듭 안겨줄 수 있는 용어적 표현을 가해자 처벌에 집중하도록 용어를 변경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향후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대표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피해자 감정이 부각되는 용어인 '성적 수치심'을 삭제하고 그 대신 '사람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하는'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양 의원은 "다른 범죄보다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 보호가 더욱 중요한데, 현재는 가해자의 행위보다 피해자의 감정이 강조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수치심' 대신 침해되는 법익과 가해행위 중심의 용어로 바꿔야 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강조했다.
전문가 그룹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초래할 수 있는 표현을 피해자 입장을 중시하는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건 피해자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모욕감이나 불쾌감,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므로 성적 불쾌감 등으로 다양한 감정을 수렴할 수 있는 표현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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