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국교사모임 주최로 열린 서초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교사들이 거리로 나왔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정부 당국에 진상 규명과 교권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첫 수업 1시간에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기도"
22일 서울 종로 보신각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진상 규명 촉구 집회’에서 충청북도에서 근무하는 3년차 초등 교사는 "수 많은 교사들이 정신병을 앓으며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악성민원으로 벼랑으로 밀어가는 학부모, 응대 스킬 문제라고 보고 학부모 갑질을 받아주는 교장과 교감, 학생인권을 강조하며 방조해온 교육부, 문제학생으로 부터 다수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관의 부재가 있다"며 "교육부는 교사의 인간으로서 권리를 보장해달라. 교사의 안전한 일터를 보장해달라.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해달라"고 밝혔다.
한 교사는 기간제 교사로 근무할 때 학부모로부터 당한 갑질을 소개했다. 첫 수업에서 '국어 교과서'를 가져오라는 지시에 대해 학교폭력을 자행하던 한 문제학생이 응하지 않았다. 이에 다른 학생들이 이 학생으로부터 당한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수업 1교시가 지나자마자 호출이 왔다. 문제학생의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아마 학교폭력 문제가 다른 학생들의 입을 빌어서 거론된 것에 불만이 있었을 것"이라며 "수업 1시간 동안 어떤 '아동학대'를 저질렀는지 묻고싶다. 결국 조사를 받고 무혐의로 끝났다"고 털어놨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9년 차 교사는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한 마음으로 후배 교사에 대한 추모와 교사 생존권을 위해서”라며 “이제는 이야기 해야할 때이다. 권위를 달라는 게 아니라 교사가 교육자로 있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공교육비상대책위원회로 명명된 교사모임에 의해 열렸다. 온라인상에서 교사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추진된 행보다. 교원노조나 교원단체 주최가 아닌, 일선 교사들 중심으로 교권확립 대책을 촉구하는 거리 집회가 열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차원에서 검은색 의상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공교육비상대책위원회는 "교사들은 교육에게 요구한다. 학부모에 의한 인권 침해 여부 관련 교육당국의 대처 과정에 대해 조속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며 무차별적 폭언, 신체적 폭력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생존권 보장에 대한 교육부의 대처 방안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집회는 어떤 정치색과도 관련이 없다. 저희는 무너진 공교육과 앞서 일어난 비극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교사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였다"며 "비극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미래에 일어날 비극을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사 청원은 국회로
이모씨가 청원한 국민동의청원의 동의자 수는 5만명을 넘었다. '아이들을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부디 교사들을 지켜주세요'이라는 제목으로 '교사들의 권리를 보호, 확대하고 법제화'가 골자다.
이씨는 자신을 10년차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소개했다.
그는 학교 현장에서 '아동학대'를 피하기 위해 적절한 훈육을 못한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에게 주먹질하는 아이를 잡고 못 움직이게 하면 고소 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교사가 법적 공방에 휘말리기 전 진위를 확인, 점검하는 시스템을 요구했다. 기관 차원에서 소송을 방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대 여부를 '교육적 관점'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정규 교원이 정당한 교육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일으킨 학생의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제하는 교원보호법을 갖추고 있다"며 "영국에서도 학교 공간 내에서 합리적으로 훈육 조치를 한 정규 교원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합법적임을 추정한다는 법률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교사가 학교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방어할 권리를 보장하고, 캘리포니아에서는 학부모가 교실을 방문할 때도 교사가 미리 통보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며 "학부모와 면담 시 정서적 침해를 당했다면 즉시 멈추고 관리자나 교원 대표 동석을 요구할 권리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대한민국 공교육이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동의 권리 못지않게 교사의 권리 역시 보호돼야 한다"며 "함부로 찾아갈 수 있고 끝없이 요구할 수 있고, 사실관계를 모르는 채로 폭언을 쏟아부을 수 있고 끝없이 민원을 제기하는 것에 걸림돌이 없는 작금의 세태는 교사의 권리와 공교육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이 도를 넘는 경우가 많다. 공정하게 평가를 했음에도 아이 성적이 잘못되었다고 호소한다. 학교 유선 전화, 게시판, 알림장으로 충분히 소통하는데도 담임 교사의 개인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지속적 항의하고 아이만 발표를 적게 시켰다고 무작정 학교로 찾아오고 심하게는 폭언, 막말을 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