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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찾아헤맨 아들 호야, 어디서든 아프지 말고 있어다오" [잃어버린 가족찾기]

1983년생 김호씨 父 김기석씨
"1986년 대전 친척집서 사라져... 방송·전단지 동원해도 못 찾아
따뜻한 밥한끼 같이 먹고 싶다"

"30년 넘게 찾아헤맨 아들 호야, 어디서든 아프지 말고 있어다오" [잃어버린 가족찾기]
"30년 넘게 찾아헤맨 아들 호야, 어디서든 아프지 말고 있어다오" [잃어버린 가족찾기]
1983년생 김호씨의 실종당시 모습(위쪽)과 현재 추정 모습)
'호야'

김기석씨(66)의 하나뿐인 외동아들 이름이다. 정확한 이름은 '김호'지만 집에서는 늘 "호야"라고 불렀다. 김호씨도 기억하고 있을 유일한 기억일 것으로 보인다. 1983년에 태어난 김호씨(사진)는 어릴 때 기억이 무척 많을 것이다. 동시에 '호야'가 유일한 기억일 수도 있다. 김호씨는 4살(만 3살) 무렵 실종됐기 때문이다.

늦은 가을과 이른 겨울이 공존하던 1986년 11월 4일 김호군은 충남 대덕군(현재 대전 대덕구 비래동) 작은아버지(기석씨의 동생) 집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당시 아버지 기석씨는 아내와 헤어진 후 홀로 아들을 키웠고 김호군은 임시로 가까이 살았던 작은아버지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실종이 있었던 날에도 김호군은 여느 때처럼 사촌들(기석씨 조카)과 집 앞에서 놀고 있었다. 그날따라 어른들은 자동차 수리 등으로 집을 비운 상황이었다. 집 근처에서 놀던 김호군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는 이웃집 축사였다. 김호군이 축사에서 놀고 있자 이웃인 축사 주인은 밥을 챙겨주려고 "호야 밥 먹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내 "예"라는 대답도 들렸다. 그렇게 짧은 대답은 남기고 김호군은 사라졌다.

실종 사실을 안 기석씨는 아들을 찾기 위해 나섰다. 기석씨 뿐만 아니고 할아버지 등 집안사람들이 모두 김호군 찾기에 동원됐다. 그때는 30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석씨는 "전국을 다 돌아다녔다"며 "대전 시내에 고아원은 물론이고 전단지를 제작해 돌렸고 플래카드도 내걸었다"고 토로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당시는 실종아동법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석씨는 "당시 경찰서를 찾아가 실종 신고를 했는데 경찰들은 돌아올 것이라는 말만 하고는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지금이야 실종아동법이 있으니 다르지만 당시는 그런 법이 없었으니 아동실종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종 기간이 길어지자 기석씨는 여러 방송 등에 출연해 아들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그는 "방송이나 인터뷰, 신문 기사 등 정말 많이 했다"며 "한번은 대전의 한 방송에 출연했는데 방송 도중에 제보가 들어오기도 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갔는데 아니었다"고 전했다.


여전히 아들을 그리워하는 기석씨는 "명절처럼 가족이 모이는 시기가 되면 아들이 그립다.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는 느낌"이라며 "찾게 되면 따뜻한 밥 한끼 같이 먹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뿌리는 찾아야 하지 않겠냐"며 "어디에 있든 아프지 않고 잘 살았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