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합별관 이사하며 '자동화금고시스템' 추진
사람 손으로 하던 화폐 운송·적재·검수
이제는 로봇이 도맡아 자동으로 척척
6분이면 300억원치 화폐 검수·적재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화폐수납장에서 열린 '자동화금고시스템 설명회'에서 자동화금고시스템이 시연되고 있다. 2023.8.16 [사진공동취재단]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화폐수납장에서 열린 '자동화금고시스템 설명회'에서 자동화금고시스템이 시연되고 있다. 2023.8.16 [사진공동취재단]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화폐수납장에서 열린 '자동화금고시스템 설명회'에서 자동화금고시스템이 시연되고 있다. 2023.8.16 [사진공동취재단]
[파이낸셜뉴스]
"300억원치 5만원권 화폐 뭉치를 검수하고 옮기는 데까지 6분, 그것도 사람이 아닌 로봇이 한다."
우리나라 중앙은행 한국은행 금고에서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일을 한다. 한국은행이 통합별관을 신축하면서 발권업무 효율성·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금고시스템'을 구축하면서다. 그동안 수(手)작업으로 이뤄졌던 화폐 입출고와 검수, 보관 등의 업무가 이제는 로봇의 일이 됐다.
한국은행은 16일 물류자동화 설비와 특화 개발된 전산시스템을 접목한 '자동화금고시스템'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 구축해 가동한다고 밝혔다.
출입 기자단 대상 설명회에 참석해보니 5만원권 60개 뭉치를 검수하고 적재하는 데 6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중은행이나 조폐공사가 지게차로 화폐를 가져와서 컨베이어 벨트에 놓으면 자동검수기가 화폐 권화종과 무게, 수량 등을 자동으로 측정한다. 팔레타이징로봇(palletizing robot)이 적재 수량과 형태에 맞춰 직사각형 형태의 판에 화폐를 적재한다. 여기까지 6분이 걸린다. 김근영 한국은행 발권국장은 "한 팔레트를 쌓는 데 6분 정도 걸린다"면서 "수작업을 할 때와 속도에서는 큰 차이가 안 나지만, 수작업에 따른 리스크와 오류 등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팔레트에 적재된 화폐는 화폐운송 전용 컨베이어밸트를 통해 금고로 옮겨진다. 금고 내 무인운반기(AGV, Automated Guided Vehicles)가 화폐를 받아서 통합관리 시스템에 의해 사전 지정된 공간에 적재한다. 금고 내 화폐적재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 지게차가 닿을 수 없는 높이까지 선반을 새로 설치했고 적재 가능한 팔레트 수량도 늘렸다. 금고면적이 13%, 적재용량은 30% 늘었다. 금고에 입고된 화폐는 정사과정을 거친다. 통용이 적합한 화폐와 부적합한 화폐를 구분해서 부적합한 건 폐기한다.
자동화시스템 도입에 발맞춰 통합관리를 위한 새 전산시스템도 구축했다. 금고운용을 전담하는 조직도 새로 만들어 시스템 운영 업무 등을 수행, 운용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시스템 자동화로 인한 사고 예방에도 만전을 다했다. 한국은행은 "전산시스템을 이중으로 하는 등 시스템 장애를 예방하는 조치를 취했고 유사시 업무중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테스트 과정을 실시하는 등 사전 준비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중앙제어실을 가동하고 화폐 지급업무의 모든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해 작업자의 금고 출입과 화폐 접근을 최소화하고 CCTV도 곳곳에 배치했다. 시스템 장애에 대비한 비상대응계획도 마련했다.
현금을 통한 지급결제가 줄어들고 있지만 발권은 한국은행의 중요 업무 중 하나다. 김근영 발권국장은 "비현금 지급결제수단이 발전해 현금 사용이 줄어들고 있지만 (지급결제) 범용성 등을 고려하면 현금이 없어질 수는 없다"며 "자동화시스템은 충분히 이용 가치가 있고, 길게 보면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2017년 자동화금고시스템 도입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 구축에 착수했다. 3년에 걸친 작업 끝에 이달부터 정식 가동을 시작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자동화금고시스템 가동식에서 "앞으로도 화폐수급 여건과 유통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 국민의 화폐 사용과 경제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계속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