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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수장' 프리고진 비행기 사고사… 바이든 "놀랍지 않아"

러 무장 반란 2개월만에 숨져.. 러당국 "전용기 탑승객 전원 사망"
일부 매체 "러군이 요격" 주장도.. 사고 현장서 아직 시신 확인 안돼
바이든은 '푸틴 개입' 의혹 시사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 비행기 사고사… 바이든 "놀랍지 않아"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연설하고 있다. 촬영지는 아프리카로 추정된다. UPI연합뉴스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 비행기 사고사… 바이든 "놀랍지 않아"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의 수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추모하는 시민이 바그너그룹의 깃발 옆에 꽃을 내려놓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명 '푸틴의 요리사'이자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으로 숨졌다. 다만 비행기 추락이 사고인지 러시아 방공망의 요격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프리고진,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

23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재난본부는 "모스크바에서 이륙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엠브라에르 레가시 제트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인근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승무원 3명을 포함한 탑승인원 10명 전원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에는 프리고진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시신 8구가 현장에서 수습됐지만 아직 프리고진의 시신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 항공 당국은 비행기 추락 직후 탑승자 명단에 프리고진이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탑승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당국은 프리고진과 그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우트킨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확인했다.

친 바그너 성향의 소셜미디어도 프리고진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의 친 바그너 채널인 그레이존은 사고 지점에 바그너그룹 전용기 2대가 비행 중이었다면서 1대가 추락한 뒤 나머지 1대는 모스크바 남부의 오스타피예포 공항으로 회항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레이존은 프리고진이 회항한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이후 그가 사망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레이존과 일부 현지 매체들은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를 러시아군이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항공데이터를 추적하는 플라이트레이더24는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가 '극적인 하강'을 경험했다면서 러시아 방공망에 요격당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청소년 시절에 절도 등으로 소년원을 들락거렸고 20세에는 조직범죄 가담 혐의로 체포되어 약 9년간 옥살이를 했다. 프리고진은 석방 이후 양아버지와 함께 고향에서 소시지 가판을 열었고 장사가 잘 되자 식료품 사업에도 손을 댔다. 그는 소련 붕괴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부유층을 겨냥한 고급 식당 사업을 시작했다.

■푸틴의 요리사에서 반란군 수장으로

프리고진은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청에서 일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손님으로 만나 친분을 쌓았다. 2000년 대통령에 취임한 푸틴은 외국 귀빈이 방문하면 프리고진의 식당에서 접대를 했다. 2001년 자크 시라크 프랑스 전 대통령, 2002년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식당을 방문했다. 프리고진은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는 푸틴의 위세를 업고 학교 및 군부대에 식료품을 공급하는 동시에 정부 조달 사업을 쓸어 담으면서 신흥 재벌(올리가르히)로 거듭났다. 이후 푸틴이 우크라를 본격적으로 집어삼킬 야욕을 보이자 2013년에 민간군사업체 바그너그룹을 세워 이를 도왔다. 바그너 용병들은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 크림반도를 불법 합병할 당시 현지에서 러시아군을 대신해 활동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군부에 직원들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지난 6월 23일 모스크바로 진군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이후 프리고진은 36시간 만에 반란을 중단하고 벨라루스로 망명했다.

■바이든 "놀랍지 않아"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에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휴가 중인 바이든은 프리고진의 사망 소식에 구체적으로 발생했는지는 모르나 "놀랍지 않다"며 푸틴의 개입을 의심했다.

바이든은 "러시아에서는 푸틴이 개입하지 않는 것은 많지 않다"면서도 아직 설명을 할 정도로 이번 사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은 지난달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만나 올해 6월 반란 이후 위험한 처지에 놓인 프리고진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과거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냈던 리언 패네타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앞으로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을 인수한다고 내다봤다. 패네타는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그룹이 알아서 기존 운영을 계속하도록 내버려 두는 상황을 매우 걱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정부가 아프리카, 아시아 등 바그너그룹이 활동하는 지역에서 바그너그룹의 지휘권을 주장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바그너그룹 용병들 또한 자신의 목숨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