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공유된 길고양이 학대 영상/사진=독자 제공,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길고양이 등 야생동물을 잔인하게 죽인 뒤 영상 등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20대에게 항소심에서 실형이 구형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은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나경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29)에 대한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월 충북 영동군에서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쏘고, 쓰러진 채 자신을 쳐다보는 고양이의 모습을 촬영한 뒤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같은 해 충남 태안군 자신의 집 인근 마당에서 고양이를 포획 틀로 유인한 뒤 감금하는 등 학대하고 그해 9월 토끼의 신체 부위를 훼손하고 죽인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장면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2020년 9월 중순부터 그해 12월 말까지 네 차례에 걸쳐 '고어전문방'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채팅방에 '활은 쏘면 표적 꽂히는 소리도 나고…뛰어다니는데 쫓아가는 재미도 있다'는 메시지를 올리고, 겁에 질린 고양이를 보며 고함을 치거나 웃기도 했다"면서도 "잘못을 시인하면서 범행 이후 동물 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극도의 고통이 따르는 방법을 동원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하며 "피고인의 생명 경시적인 성향 등 재범 가능성에 비춰 엄벌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심리평가에서 A씨는 동물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사람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며, 자극적인 요소를 통해 정서적 허기를 충족시키려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A씨 측은 "동물 생명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점은 인정하나 초범인 점, 임상 심리 평가 결과 재범 위험성이 크지 않고 사이코패스 성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검사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고어전문방은 야생동물을 포획하고 신체를 자르는 방법과 학대 영상·사진 등을 공유해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동물판 n번방'이라고 불린다. 이 방에는 약 80여명이 참여했으며 미성년자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채팅 내용이 SNS등에 퍼져나가자 이들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7만명이 동의했다.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카라 등 시민단체는 지난 2021년 1월 이 채팅방 이용자 등을 경찰에 고발했고, A씨와 함께 기소된 채팅방 방장은 잔인하게 죽이는 내용의 영상을 올린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3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A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10월18일에 열린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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