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지난달말 녹색금융TF 킥오프
銀 대출심사에 K-택소노미 적용 지원하고
기후리스크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해
금융회사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 고도화
탄녹위 1차 기본계획 발맞춰 당국도 '녹색행보' 박차
이복현 "금융권 녹색금융 공급으로 기후위기 대응 중추적 역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월 3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린 '금감원·이화여대 공동 국제 컨퍼런스'에 앞서 금융권 ESG 교육과정 개설 업무협약식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금감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파이낸셜뉴스]은행 직원들이 대출 심사시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올해 하반기 개발된다. 대출을 희망하는 기업이 K-택소노미상 어떤 업종인지, 저탄소로 전환이 맞는지 자동으로 선별하고 관련 용어를 풀어서 설명해주는 시스템이다. 금융당국이 기후리스크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각 금융회사가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기후리스크 관리 체계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초등학생도 바로 알 수 있게" 대출 심사에 K-택소노미 적용 시스템 나온다
8월 31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담당 국장 주재로 녹색금융 TF(태스크포스) 구성을 위한 사전준비회 겸 킥오프 미팅을 가지고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산업은행을 포함한 국책은행,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지금까지 '선언적 발표'에 그쳤던 녹색금융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마련하는 게 이번 TF 목표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금융사 K-택소노미 적용에 대한 지원시스템 구축 △금융사 기후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당국의 가이드라인 마련의 총 2가지 안건을 중점 논의했다.
K-택소노미 적용시스템(KTSS)을 개발해서 여신 심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예컨대 시멘트 회사가 녹색전환을 위한 시설자금 투자 목적으로 은행 대출을 받으려고 한다면, 은행 직원이 KTSS를 통해 K-택소노미상 업종 분류와 녹색전환 체크리스트를 볼 수 있게 된다. KTSS가 자동으로 업종을 분류한 후 관련 용어와 체크리스트를 제시하면 은행 직원이 이를 확인하고 대출을 내주는 식이다. 국책은행·정책금융기관은 KTSS를 통해 녹색전환을 확인한 후 우대금리와 같은 추가 혜택도 부여할 수 있다.
김성주 금감원 ESG연구팀장은 "올해 안에 KTSS를 개발하고, 택소노미 업데이트 상황에 맞춰 계속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며 "대출 심사시 판단을 잘못하면 그린워싱(위장 친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초등학생이 봐도 알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에서 자동으로 선별해주고, 관련 용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건전성 관리로 여력이 없지만 금융시장 상황이 안정돼 녹색금융 수요가 높아질 걸 대비하는 차원이다.
금융사 기후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것도 녹색금융 TF의 핵심 안건이다. 당국이 금융사의 기후리스크 관리를 지원하는 동시에, 금융사가 관리를 잘 하고 있는지 감독하는 투트랙으로 추진한다. 금감원이 기후리스크 관련 시나리오를 만들어 스트레스테스트를 하고 한국은행이 이를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가 현재 스스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지속가능보고서도 만들고 있지만 각사가 개별적으로 하는 것이지, 전체 업권 차원은 아니다"라며 "기후리스크 영향평가 결과를 기업공시와 지속가능보고서에 넣도록 하고, 각사가 어떤 모형을 갖고 있는지 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은행 여신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기업대출에 고탄소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얼마나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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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금융' 박차 가하는 당국, 이복현 "금융권이 기후위기 대응 중추 역할"
지금까지 녹색금융 관련 '기준'들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녹색금융 실천을 유도하는 것이다.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발표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녹색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5대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NH) 회장단과 '금융권 ESG 교육과정 개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이 이화여대와 공동 개최한 'Change the world with Green Finance' 국제 컨퍼런스에서 "금융권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자금, 즉 녹색금융을 공급해 기후위기 대응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며 "녹색금융은 연기금 등 장기투자자의 투자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녹색분류체계를 금융 현장에서 좀 더 쉽고 편리하게 적용하기 위해 녹색분류체계 적용 시스템을 금융권 공동으로 개발 중"이라며 녹색금융 활성화 의지를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지속가능금융과가 없어지면서 업무가 지연됐는데 TF 출범으로 당국의 녹색행보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4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1차 기본계획을 확정한 만큼 금융 차원에서도 녹색 실천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며 "녹색금융에 대해 당국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앞서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지난 6월 20일 탄녹위와 한은이 공동 개최한 녹색금융 국제컨퍼런스에서 △정책금융기관의 녹색자금 공급 △시장에서의 자체적인 녹색자금 조달 △녹색금융 공개·투자·평가 등 공시제도 마련을 3대 정책방향으로 제시하고, 금융사 업권별 특성에 맞는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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