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등 대표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 참여 중단 및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06.08.
[파이낸셜뉴스] 이달부터 노동조합이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정부의 이번 제도 개편은 윤석열 정부가 강도 높게 추진하는 '노동개혁'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당초 계획보다 3개월이나 빨라졌다. 노동조합비 세액공제는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노조 활동을 지원하는 것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에 노동계는 '노동 탄압'이라며 맞서고 있어 큰 반발이 예상된다.
양대노총 회계공시 안하면 모든 노조 세액공제 힘들어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노조가 회계를 공시해야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및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된 노조법 시행령은 조합원의 알권리 보호를 위해 노조가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에 게시판 공고 등을 통해 결산 결과를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은 노조가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공표하도록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한 규정은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특히 개정안은 이달부터 운영되는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통해서도 결산 결과를 공표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노조는 해당 시스템에 공시해야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용부는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은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노조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므로 이에 상응하는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회계 공시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정부는 이 개정안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그 시기를 3개월 앞당겨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인 노조와 산하 조직은 오는 11월30일까지 2022년도 결산 결과를 시스템에 공시해야 조합원이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작년 연말 기준으로 조합원 수가 1000명 미만인 노조 산하 조직은 따로 공시하지 않아도 그 상급 단체가 공시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 범위는 조합원이 올해 10~12월 납부한 조합비다. 세액공제 비율은 15%이며 1000만원 초과분은 30%다. 그동안은 노조 조합비를 매달 3만원씩 1년 간 36만원 냈다면 5만4000원(36만원의 15%)의 세금을 돌려받았지만 앞으로는 회계 공시를 해야만 세액공제 혜택을 챙길 수 있다.
다만 올해 1~9월 납부한 조합비의 경우 회계 공시와 관계 없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해당 노조나 산하 조직으로부터 조합비를 배분 받는 상급 단체와 산별 노조도 회계를 공시해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양대노총 등 총연맹이 공시하지 않으면 모든 노조가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납부하는 조합비는 노조가 직전 회계연도 결산 결과를 매년 4월30일까지 공시해야 세액공제 혜택이 가능하다.
양대노총 "노조 자주적 운영 간섭·통제" 반발
노동계는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노조 탄압'이라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증폭 시켜 노조를 옥죄고 상급단체 탈퇴를 부추기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통해 "노동조합법 등에 의해 운영 사항을 비치하고 공개하며 문제 없이 운영되는 노조를 마치 큰 비리가 있는 집단처럼 매도하고 있다"며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노조의 자주적 운영에 대한 간섭·통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개정된 노조법 시행령의 핵심은 회계 투명성 제고를 통해 노조의 민주성과 자주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조합원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노조가 스스로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적극 동참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오는 5일 '노조회계 공시제도 시행' 관련 브리핑을 열고 회계 투명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조의 회계 공시 동참을 당부할 예정이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