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9일 오후 1시50분께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2월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관제실 책임자 등 피고인 5명이 금고형 또는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피해 유가족들은 선고 직후 "어떻게 재판이 이러냐"며 울분을 토했다.
책임자는 금고 2년, 근무자는 집유 3년.. 트럭운전자는 무죄 인정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2단독 유혜주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이하 제이경인) 관제실 책임자 A씨에게 금고 2년을, 나머지 관제실 근무자 2명에게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금고형은 감금하되 노역은 부과하지 않는 형벌이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초 발화 트럭 운전자 B씨와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해당 트럭 소유 업체 대표 C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트럭 운전자 B씨의 업무상과실시차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교통사고 감시와 사고 대처를 통해 시설물을 유지하고 운전자의 생명을 보호할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고, 이로 인한 과실로 대형 참사가 일어나 죄가 중하다"고 관제실 책임자와 근무자 등 3명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트럭 운전자에 대해서는 "차에 불이 나자 차량 내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했고, 119에 신고하는 등 화재진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보인다"며 "대피하면서 터널 내 소화기·소화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모레가 우리 딸 생일인데" 주저앉은 유가족
이날 방청석에는 사고 피해자 유가족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가 끝나자 "어떻게 집행유예가 나오냐. 말이 안 된다", "재판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으냐"라고 소리쳤다.
일부 유족들은 재판정을 떠나는 피고인들을 엘리베이터까지 쫓아가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으며, 한 유가족은 "모레가 우리 딸 생일인데"라며 법원 복도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지난해 12월2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에서 버스와 트럭의 교통사고로 인한 화재가 발생, 방음터널로 확대되고 있다. 이날 사고로 5명이 사망했으며, 소방 당국은 지휘차 등 장비 55대와 140명의 대원들이 출동해 화재 진압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뉴스1
작년 12월 방음터널서 큰불.. 5명 숨지고 56명 다친 사고
지난해 12월29일 오후 1시46분께 경기 과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에서 B씨가 몰던 트럭이 버스와 추돌했다. 이 과정에서 B씨의 트럭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불은 화재에 취약한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로 된 방음터널 벽과 천장으로 옮겨붙으면서 확산됐다.
불은 2시간여 만에 진화됐으나 총 길이 840여m 방음터널 중 600m 구간이 훼손됐고, 차량 44대가 불길에 휩싸인 터널 내부에 고립됐던 5명이 사망하고 56명이 다쳤다.
A씨 등 관제실 근무자들은 화재 발생한 당시 관제실에서 폐쇄회로(CC)TV를 주시하지 않고 있다가 불이 난 사실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해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불이 난 사실을 알고 나서도 비상 대피 안내 방송을 하지 않는 등 매뉴얼에 따른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차 운전자 B씨는 최초 발화한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에 대한 관리를 평소 소홀히 해 화재를 예방하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B씨가 몰던 트럭은 10년이 넘은 노후 차량으로 지난 2020년에도 고속도로에서 불이 붙었으나 차량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B씨는 불이 확산되자 터널 내 300m 구간을 걸어서 대피하는 동안 비상벨이 설치된 소화전 6개소를 지나치는 등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검찰은 B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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