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노트]는 국민건강과 직결된 의료계, 제약·바이오 업계 소식을 심층 취재하여 연재합니다. 10월 둘째 주에는 최근 5년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우울증 환자 수에 대한 의료계의 분석을 2회에 걸쳐 전달합니다.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우울증 환자가 더 늘었다는 분석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만 있고 대부분의 소통을 SNS로만 하다보니까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SNS를 대체 현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다들 하는 것 같고, 이런 것은 해야되는 것 같은데 내가 못 하고있는 것 같고, 뒤쳐지고 잇는 것 같고’ 이런 생각들도 (우울증 증가에) 한몫 한 것 같다“ - 서울 서초구 삼성센트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호상 원장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에서 우울증을 앓는 환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우울증 환자 증가에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하며, 정부와 의료계가 나서 국민들의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SNS로 현실 인식하며 '타인과 비교'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센트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호상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우울증 환자 수가 급증했던 이유 중 하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는 동안 더욱 늘어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을 꼽았다.
이 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만 있고 대부분의 소통을 SNS로만 하다보니까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SNS를 대체 현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들 하는 것 같고, 나도 해야되는 것 같은데 나만 못 하고있는 것 같고, 뒤쳐지고 있는 것 같고’ 이런 생각들도 (우울증 증가에) 한몫한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이런 현상이 ‘포모증후군’을 떠오르게 한다고 분석했다. ‘포모증후군(FOMOㆍFear of Missing Out Symdrom)’은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심각한 두려움, 또는 세상의 흐름에 자신만 제외되고 있다는 공포를 나타내는 고립공포감을 의미한다.
정신과 전문의 "등교도, 가족모임도 못하던 학생들.. 대인관계에 영향 줄수도"
이 원장은 또 사회적 거리두기 당시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던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도 우울증 환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 원장은 “팬데믹 당시 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이 졸업하고 20대 성인이 되면서 학교에서 하게 될 사회성 훈련을 (받지 못해) 굉장히 취약한 면이 있다”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까 대인관계를 피상적으로 많이 배우게 되고, 이로 인해 (학생들이) 근육처럼 많이 경험해봐야 강해지는 사회성을 갖추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가족모임이 사라져 우울증 환자를 정서적으로 지지해 줄 수 있는 집단의 부재도 팬데믹 기간 동안 우울증 환자가 증가한 이유로 꼽았다.
이 원장은 “우울증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있다고 하면 (환자를)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집단이 존재하느냐가 큰 영향을 미친다”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가족모임이 많이 진행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가족들로부터) 고립되어서 혼자 해결하고 혼자 끙끙거리면서 악화된 우울증 환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지역 정신건강의학과 A전공의 역시 “사회적 스트레스 또한 우울증 발생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러한 변화들은 사회적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우울증 증가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적 관계 감소가 가장 두드러지는 우울증 유발 요인으로 지목된다”고 분석했다.
우울증 환자 통계엔.. “‘코로나 블루’도 있지만, 정신과 문턱 낮아진 점도 감안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우울증 환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는 통계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실제 우울증 환자가 증가한 점도 있지만 정신건강의학과 문턱이 낮아진 점도 통계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방문하기 위해 연차를 써야 하는 등 수고로움도 줄어들고 눈치도 덜 보게 되어 접근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진 면이 있다”며 “거리두기 동안 은밀히 진료받고 싶었던 우울증 환자들이 익명성을 보장받으며 진료를 받은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통계까지는 아니지만 (개인적인 경험상) 확실히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체감상으로는 병원에 우울증으로 처음 내원하시거나 문의하시는 경우가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A전공의 역시 “실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의 수와 우울증으로 진료받는 사람의 수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우울증을 겪고 있지만 진료를 받지 않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늘어났다는 사실은 어쩌면 진료를 받지 않고 있는 우울증 환자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짚었다.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여전..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와 의료계가 우울증 등 정신건강 질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A전공의는 “우울증 환자 급증 자체를 막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울증 환자들을 돕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시작한 이후에도 경제적인 이유, 사회적 편견, 병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진료를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들을 막기 위해 우울증 진료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우울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정부 및 의료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보험과 관련된 정책 및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회사에서 정신과 진단 경험이 있으면 가입이 거절된다거나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다”며 “때문에 아직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관해서 문턱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문턱이) 높은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새로운 치료법들이 시행될 때 정형외과나 통증치료 등의 영역에서는 실비보험이 있으면 큰 부담 없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반면 정신건강의학과에는 그런 것들이 아직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그런 점들이 개선되면 병원 오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부담을 덜 느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