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노들섬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 서울문화재단 제공
1800석 야외 객석이 가득 찬 것은 물론이고 무대가 보이는 공원 곳곳에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남녀부터 아기를 안은 젊은 엄마, 캠핌용 의자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는 중년부부 그리고 나홀로 어르신까지, 다양한 관객이 한강노들섬 잔디마당에서 열린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를 즐겼다.
‘세비야의 이발사’가 ‘백조의 호수’(14~15일)에 이어 ‘2023 한강노들섬클래식’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21~22일 공연됐다. 뉴욕 메트오페라 주역으로 데뷔한 소프라노 박혜상(로지나 역), 독일 마이닝겐 국립극장 전속 솔리스트 김성현(알마비바 역),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 객원가수를 역임한 안대현(피가로 역) 등 세계 무대서 활동하는 성악가들이 공연을 이끌었다.
한강노들섬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 서울문화재단 제공
아무래도 오픈 무대다 보니 가수들의 소리가 널리 퍼진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노을 진 하늘과 우뚝 선 고층빌딩이 만들어낸 도시 풍경에 클래식 선율이 더해지니 늦가을 낭만적 정취가 한층 고조됐다.
“그 운명의 여인이 바로 저란 말이죠.” 늙고 치사한 후견인의 방해 공작에 제대로 된 데이트조차 못하는 아름다운 상속녀 로지나가 사랑의 메신저인 이발사 피가로의 전언을 듣고 기쁘게 노래하자 저 멀리 한강철교를 통과하는 지하철 소리가 점점 커졌다. 로지나를 만나기 위해 술 취한 군인으로 변장한 젊은 알마비바 백작과 늙은 후견인 바르톨로의 실랑이가 격화되면서 경찰이 집으로 들이닥쳤는데, 공교롭게도 이때 무대 아래 골목으로 순찰중인 경찰차가 지나갔다.
한강노들섬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 서울문화재단 제공
지하철 소리뿐 아니라 어디선가 들리는 사이렌 소리까지 도시의 소음이 들렸지만 이 모든 것이 공연의 방해 요소라기보다는 때론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거나 예상치 못한 재미를 전하며 공연의 일부가 됐다. 공연 말미에서 한강 너머 불꽃축제가 펼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야외공연임을 감안해 전막 공연을 하되 러닝타임을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의자 때문에 110분의 공연이 다소 길게 느껴진 건 아쉬웠다.
서울문화재단 측은 "1800석 규모의 객석이 온라인 사전 예약을 오픈하자마자 전석 매진됐다"며 "현장에 모인 시민 관객의 수준 높은 관람 매너를 확인했다. 계절마다 다양한 예술축제를 통해 예술을 쉽게 향유할 수 있는 도시 서울이 될 수 있도록 ‘아트페스티벌_서울’을 계속 보완해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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