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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까지 기어나간 하반신 마비 승객..항공사 승무원 "알아서 내려"하곤 지켜봤다

출구까지 기어나간 하반신 마비 승객..항공사 승무원 "알아서 내려"하곤 지켜봤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출구까지 기어나간 하반신 마비 승객..항공사 승무원 "알아서 내려"하곤 지켜봤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로드니 하진스의 아내인 디애나 하진스가 에어캐나다 항공기 내에서 겪은 일을 알리며 올린 남편의 사진. 사진 디애나 하진스 페이스북 캡처

[파이낸셜뉴스] 뇌성마비로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는 승객에게 기내 휠체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승객이 좌석에서 출입구까지 기어가게 만든 항공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과 캐나다 CBC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사는 로드니 호긴스(49)는 지난 8월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밴쿠버에서 라스베이거스행 에어캐나다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치욕적인 일을 겪었다.

비행기가 라스베이거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승무원은 호긴스에게 기내 이동 서비스(기내 휠체어)를 제공할 수 없고, 그가 혼자 힘으로 비행기에서 내려야 한다고 전했다.

뇌성마비를 앓는 호긴스는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평소 전동 휠체어로 이동한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경우 비행기 복도가 좁아 전동 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기에 항공사가 제공하는 비행기 전용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곤 했다.

부부는 처음에 승무원이 농담한다고 생각했지만 승무원은 “다른 비행도 있다”며 알아서 내릴 것을 독촉했다.

결국 호긴스는 상체의 힘으로 바닥으로 내려가 12열의 좌석을 지나 출구까지 이동해야 했다. 그는 “아내도 뒤에서 내 다리를 들고 거의 기듯이 통로를 빠져나가야 했다”며 “조종사, 부조종사, 승무원 등 8명 정도의 에어캐나다 승무원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호긴스의 아내는 자신의SNS에 이 사건을 알렸다. 그녀는 “우리가 기어서 비행기에서 내리는 동안 승객들은 시선을 피하고,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라며 “남편은 다리를 다쳤고 나는 허리를 다쳤지만, 감정적으로 훨씬 더 많은 상처를 입었다. 에어캐나다는 내 남편의 인권을 짓밟았다”고 토로했다.


에어캐나다 측은 즉시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이동 지원 서비스를 이용해 비행기 내외로 안전한 운송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러한 심각한 서비스 중단 사태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조사하고 라스베이거스의 이동 지원 서비스 파트너를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항공사 측은 하진스 부부에게 2000미국달러(약 270만원)에 해당하는 바우처를 제안했다.

하지만 부부는 매체에 “1만 달러를 보내든 그 이상을 보내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우리 부부와 같은 경험을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도록 장애인 승객을 위한 서비스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