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WB 서울포럼 앞서 이창용-서머스 대담
"美 긴축 끝났다는 시장 기대는 과장된 측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은-세계은행(WB) 공동주최 서울포럼에서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화상 대담을 나누고 있다. 2023.11.6/뉴스1
[파이낸셜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멘토'이자 미국 경제계 거물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前 미국 재무장관)가 6일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한 차례 금리를 움직일(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이 과장됐으며 실제 미국의 견조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이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머스 교수는 이날 한국은행과 월드뱅크(World Bank) 서울포럼에 앞서 진행된 이 총재와의 대담에서 "연준 입장이었다면 지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연준이 12월에도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봤다. 서머스 교수는 "물가상승률 압력이 있고 미국 경제가 상당히 강해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연준이 한 번 더 움직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재정상황은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것보다 더 심각할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최근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긴축적 금융여건을 금리결정에 반영했던 연준의 인식에 의문을 표했다. 서머스 교수는 "연준은 현재 통화정책이 매우 긴축적이라고 확신하고, 지나치게 자신감 있게 판단하는 것 같다"며 "장기금리 상승이 긴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기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적다는 식의 대응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장기금리 상승은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 투자수요 증가 등과 관련한 일반화된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금리 조정 필요성과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머스 교수는 시장에서 연준의 긴축기조가 끝났다는 기대에 대해 "조금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머스 교수는 중립실질금리 수준을 1.5~2.0% 사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적정 수준은 약 5%라고 진단했다. 중립금리는 물가 상승이나 하락을 부추기지 않고,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금리 수준이다. 그는 "향후 몇 년간 물가상승률이 평균 2%에서 2.5%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기간 프리미엄은 1.0~1.5%p가 될 것"이라며 "이를 더하면 10년 만기 금리는 5%대 또는 그보다 조금 높고 4%대의 중립적인 명목금리를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언젠가 금리가 지금보다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금리가 어느 지점에 안착할지에 대한 일반적 견해는 제 생각보다 더 낮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의 일반적 인식보다는 금리수준을 더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서머스 교수는 향후 금리수준을 볼 때 시장가격에 반영되는 선물환 금리 변동 추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머스 교수는 빌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미국 경제계 거물로 꼽힌다. 하버드대 사상 최연소 정교수에 올라 하버드대 총장을 거쳤다. 이창용 총재와는 이 총재의 하버드대 박사과정 시절 지도교수로 인연을 맺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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