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칼린·지그프리드 해커 등 北전문매체 37노트에 기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잦은 '전쟁' 언급이 허세가 아닐 수도 있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들은 "한반도 정세가 (6·25 전쟁 직전인)1950년 6월 초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라며 "너무 극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는 김정은이 1950년에 할아버지(김일성)처럼 전쟁에 나설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언제 어떻게 방아쇠를 당길지 모르지만 지금의 위험은 한미일이 늘 경고하는 '도발' 수준을 넘어섰다"라면서 "지난해 초부터 북한 관영매체에 등장하는 '전쟁 준비' 메시지는 북한이 통상적으로 하는 '허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반도 전쟁 위기가 커진 이유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협상 결렬과 북중러의 협력 강화 등을 꼽았다. 특히 북미 회담 결과에 크게 실망한 김정은이 3대 세습 내내 북한 정권의 목표였던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완전히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전쟁 가능성을 주장하는 게 미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역사에서는 더 이상 좋은 선택지가 남아있지 않다고 스스로 확신하는 이들이 가장 위험한 게임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었다"라고 경고했다.
이 기고문의 파장이 커진 것은 두 사람이 그동안 북한 문제에 있어 정통한 전문가였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칼린 연구원은 1989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CIA) 동북아 담당 국장과 대북 협상 수석 고문 등을 지낸 인물로, 1996년 2월 이후 30회가량 북한을 방문했다. 지난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 평양 방문 때 장관을 수행하기도 했다.
해커 교수는 미국내 최고 핵무기 연구소인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장을 지냈으며 2000년대 수차례 북한을 방문한 인물이다. 북한은 해커 교수 등을 불러들여 영변 핵시설 내에 있는 최첨단 우라늄 농축 설비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분석을 두고 북한 외교관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지난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 전문가들이 남북 관계 대결 상황을 6·25전쟁 전과 같다고 평가했는데 그때와 지금은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라며 두 전문가의 분석이 "과도한 평가"라고 지적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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