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오비완 케노비'에 이어 '웡카' 작업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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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화상 인터뷰 말미 정정훈 촬영감독은 웃으면서 취재진에 잠시 양해를 구했다. 애들이 햄버거를 먹자고 말한다며 황급히 대꾸를 해준 뒤 답변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말로 올해 세 살 된 쌍둥이를 데리고 처음으로 극장에 가서 자신이 촬영한 영화 ‘웡카’를 봤다고 했다.
그는 최근 '웡카' 개봉을 앞두고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애들이 너무 좋아했고, 영화 속 노래를 부르고 다니면서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하더라”며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작품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는데, (아이들의 관람 후 반응을 보고) 더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31일 개봉하는 영화 ‘웡카’는 내 아이와 함께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영화다. 가진 것이라곤 달콤한 꿈과 낡은 모자뿐인 마법사이자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는 과정은 ‘모든 위대한 일은 상상에서 출발했다’는 영화의 메시지와 함께 가족의 힘을 보여준다.
또 고전 명작 '올리버 트위스트'처럼 나쁜 어른들에게 학대당하는 고아소녀 누들이 주요 인물이라 다소 어두우면서도 마법사이자 발명가인 웡카의 특별한 능력 덕분에 동화적인 세상이 공존한다.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한 세계관 덕분에 영화는 화려한 미장센과 오감만족 볼거리로 보는 재미도 남다른데, 이 특별한 영상을 찍은 사람이 바로 한국 출신의 정정훈 촬영감독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두고 활동 중인 정정훈 촬영감독은 영화 '올드보이'(2003)를 시작으로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신세계'(2013) '아가씨'(2016) 등을 작업하며 이름을 알렸고, 박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2013)를 발판으로 한국 촬영감독 중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지난 10년간 '좀비랜드: 더블 탭'(2019) '라스트 나잇 인 소호'(2021) '언차티드'(2022)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찍었고, 디즈니플러스 '오비완 케노비'를 통해 '스타워즈' 시리즈 최초 한국계 촬영 키스탭으로 참여했다.
■“이야기에 집중되게, 관객들이 믿게끔”
정정훈 촬영감독은 “어떤 영화는 촬영이나 조명만 보이면서 이야기와 동 떨어진 영화가 있는데, 그렇게 하기 보다 모든 게 관객들이 (실제인 양) 믿을 수 있게 촬영이 전개되길 바랐다”며 “(영화가) 여러 스타일을 넘나드는데 자연스럽게 전환되길 바랐다. 관객들이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촬영의 중점 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첫 뮤지컬 영화라는 질문에는 “뮤지컬영화라고 생각했다기보다는 드라마가 주된 영화고 중간에 춤과 노래를 부르는 신이 조금 있다고 생각하며 찍었다”고 답했다.
“뮤지컬 신에서 카메라 움직임이 달랐을 뿐, 드라마 장면과 다르지 않게 인물이 하는 이야기가 잘 전달되게 신경 썼다. 뮤지컬 신의 경우 촬영 전에 세트에서 리허설을 했는데 그것을 보고 미리 짜놓은 스토리보드를 수정했다. 이것이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이었다”고 부연했다.
“RE S35라는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고 렌즈는 아나모틱 2종과 일반렌즈 여러 개를 섞어 사용했는데, 화면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이도록 중점을 뒀다. 조명도 한 색깔로 하면 지루해지니까, 적절한 컬러를 섞되 특별한 장면을 빼곤 너무 영화적이거나 인위적인 생각이 들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설계했다”고 했다.
그는 극중 웡카와 누들이 동물원에 몰래 들어가 기린의 우유를 짜는 장면을 언급하며 “달빛이 들어와 아름다운 무대처럼 보이면서도 사실적이고, 또 (밤이라) 어둡지만 어둡지 않게 보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웡카가 자신만의 초콜렛 제조기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환상적인 초콜릿을 만든다. 그 맛이 어떨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당장 초콜릿 가게에 뛰어가고 싶게 만든다.
정정훈 촬영감독 / 사진=뉴시스
그는 극중 웡카 제조 초콜릿에 대해 “장인이 만든 진짜 초콜릿이다. 촬영이 끝나면 주변에 모여서 하나둘씩 먹었다. 굉장히 맛있었다. 당뇨 초기라 더 많이 못먹어서 아쉽다. 한개 (기념으로) 보관할걸”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또 이번 영화는 CG보다 와이어를 매달고 배우들이 직접 찍은 장면이 많다며 “블루스크린 앞에서 찍을 수도 있는데, (감독의 연출의도에 따라) 웬만하면 와이어를 매달고 힘들게 찍었다. 옛날처럼 현장에서 찍고 와이어를 지우는 식이었다. 그런데 찍고 다니까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라”며 만족해했다.
“달콤 백화점 앞에서 두둥실 초콜릿을 먹은 사람들이 날아다니는 장면도 다 리얼이다. 천장의 배경만 CG다. 후반부 분수대에서 초콜릿 분수가 터지고 악당이 날아가는 장면도 와이어를 매달고 찍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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