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상품한도 등 의결하는 은행 비예금상품위에
CCO·CRO·준법감시인 등 최대 11명 C레벨 참여
2019년 DLF 사태 이후 3단계 의결구조 갖췄지만 불완전 판매 논란
KB, 지주 차원 TFT 구성해 판매철학·원칙 정비
당국, 銀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채널 제한 검토
홍콩 H지수 ELS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1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보낼 탄원서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한도를 결정하는 각 은행 비예금상품위원회에 소비자보호 담당임원 등 최고책임자급(C-레벨) 임원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이 모든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한 가운데 의사결정에 참여한 임원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지주 차원에서 판매원칙을 재정비하기 위한 전담팀(TFT)을 꾸리고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나섰다.
■ELS 판매한도, C레벨도 참여해 의결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SC제일은행의 비예금상품위원회에는 소비자보호 담당임원(CCO), 리스크관리 담당임원(CRO), 준법감시인 등 최소 3명 이상의 C레벨 경영진이 참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직제 기준 소비자보호그룹대표·준법감시인·리스크전략그룹대표·WM그룹대표·자본시장그룹대표·금융투자상품본부장 등 6명의 임원이 위원회에 참여한다. 신한은행은 C레벨 임원 11명이 참여해 5대 시중은행 비예금상품위원회 중 C레벨 참여 인원 수가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에서는 CCO, CRO 등 7명의 임원이 참여하고, 농협은행도 소비자보호부문을 주축으로 준법감시인 등 C레벨 임원이 참여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부문장을 위원장으로 소매금융그룹장, 재무관리그룹장, 리스크관리그룹장, 법무부문장, 감사본부장 등이 참여한다.
문제는 C레벨 임원들이 위원회에 대거 참여했음에도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현장 조사 중인 가운데 C레벨 임원까지 문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사태 이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는 것도 문제다. 금감원 조사 결과 2021년 초 홍콩증시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일부 은행이 한도를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감원은 은행들이 ELS 상품 판매를 핵심성과지표(KPI) 배점에 포함시킨 것을 판매 확대를 유도라고 봤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불완전 판매 논란의 중심에 섰던 2개 은행들이 발표한 △KPI에 고객수익률 반영 △숙려제도(해피콜) 100% 도입 △금융투자상품 리콜제(철회권) 도입 △PB 전문성 강화 등의 제도 개선방안을 전체 은행권으로 확산해 투자자 보호 노력을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은행 고객의 원금보장 기대수준이 높은 것을 고려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문제가 된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비예금상품위 논란에 銀 판매원칙 재정비
비예금상품위원회 의사결정 과정은 통상 3중 구조로 되어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잠재리스크·법규 저촉 여부 등에 대해 유관부서 사전검토 △상품별 상품위원회 의결 △비예금상품위원회(임원급) 의결 등 3단계 과정을 거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상품 담당부서의 자체 검토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등 실무진 협의체 △경영진 포함 비예금상품위원회(협의체) 의결로 상품 한도를 결정한다. SC제일은행도 상품부서 검토, 금융소비자보호부문장 보고, 비예금상품위원회 상정 및 의결의 3단계를 거친다.
조직과 절차가 갖춰져 있음에도 대규모 불완전 판매 이슈가 재차 불거진 것이다.
은행권은 상품 판매원칙과 과정을 원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은 KB금융지주 주관 ‘대(對)고객 상품판매 철학 원칙 수립 TFT’를 구성해 지난해 12월부터 운영 중이다. 지주의 리스크관리부를 주축으로 은행 자산관리(WM) 관련 부서 등이 참여했다. TFT는 고난도 상품 판매 계열사·채널 관리체계를 수립하고, 고난도 상품 가입 고객 이해도 제고 프로그램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들은 개별 상품 판매실적에 초점이 맞춰진 KPI 제도도 손 보고 있다.
고객 포트폴리오나 투자자 보호보다 판매실적에 맞춘 KPI 운영 관행이 잘못됐다는 자성의 움직임이다.
금융당국도 은행의 투자상품 판매 제한을 포함해 전반적인 영업관행 개선을 시사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이라는 창구가 주는 권위가 있기 때문에 은행 고위험 상품 판매 전면금지를 포함해 다양한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WM 등 PB조직이 있는 은행 창구에서만 판매하는 게 바람직한지, 상품 종류별로 판매 적정성·창구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점검하겠다"라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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