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결심 공판에서 A씨 변호인
"사기 혐의 해당 사항 없다" "무죄 선고" 주장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1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며 숨진 20·30대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는 빈소가 마련돼 있다. 이들 모두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를 중심으로 10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의 피해자로 파악됐다. 2023.04.18. ruby@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수백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사기죄 법정 최고형이 구형된 이른바 '건축왕'이 오는 7일 1심 판결 선고를 앞두고 담당 법관 기피신청을 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62)씨의 변호인은 "담당 법관은 사건 심리 중 이번 사건과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와 깡통전세를 예로 들었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적의와 유죄 심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신청 이유를 밝혔다. 기피신청이 있는 때에는 소송 진행을 정지해야 한다. 또 기피 당한 법관은 기피신청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이른 바 건축왕으로 불렸던 A씨 등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 보증금 14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 일당의 전체 전세사기 혐의 액수는 453억원(563채)에 달하지만 148억원 관련 혐의만 선고를 앞두고 있다. 추가 기소된 나머지 305억원(372채)과 관련한 재판은 별도로 진행 중이다.
A씨의 변호인은 이날 현재 2개로 나뉘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A씨 연루 사건을 병합해서 심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피고인들이 같은 범죄에 대해 2개 형을 받을 위험에 처했다"는 게 그 이유다. 또 "(담당 법관에게) 피고인들의 고의와 관련해 금융기관 사실조회 등 입증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고 간절히 호소했으나 (법관) 자신이 퇴직이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변론을 종결했다"며 "피고인들의 이익을 위한 병합도 거절했는데 이는 명백하게 불공정한 재판 진행"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 17일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5년과 함께 범죄 수익 115억여원 추징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는 각각 징역 7∼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해당하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2000명 이상의 세입자가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2∼5월에 A씨 일당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검찰은 "그러나 피고인들은 마치 저렴한 전세보증금을 받으며 자선사업을 했던 것처럼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A씨 등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의 사기 혐의는 관련 요건에 해당 사항이 없다"며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 등의 다른 변호인도 "재판도 하기 전에 피고인들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수렁에 밀어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부디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법리적인 부분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사랑하는 임차인들과 임직원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며 "아침저녁으로 피해 복구가 되기를 기도하면서 1년여간 감옥에서 설거지도 하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정부에서 특별법 (제정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감정가 매수를 진행한다고 하니 임차인 여러분도 희망을 잃지 마시고 피해가 복구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해 당시 피해자들의 분노를 샀다.
지난해 4월 20일 오전 인하대학교 장례식장에서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씨(30대)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고인은 건축왕의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중 3번째 사망자로 '건축왕'으로부터 전재산인 전세 보증금 9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2023.4.20/뉴스1 ⓒ 뉴스1 /사진=뉴스1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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