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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도 의대 갈래…4천만원만 내주세요"

의대 정원 증원에 입시 문의 폭주
재수학원 비용 월 최대 400만원
사교육비 26조원…2년 연속 최대

"엄마, 나도 의대 갈래…4천만원만 내주세요"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학원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사교육 과열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의대 증원 추진을 발표한 지난달 6일 이후 학원가에는 의대 입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유명 대학입시 학원에는 평년보다 의대 입시 문의가 2배 가량 늘었고 입시 설명회는 물론, 의대 특별반을 개설한 학원까지 등장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주요 상위권 이공계 대학 학생들 상당수가 의대 도전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라며 "2024학년도 최종 단계인 추가모집에서도 의대 쏠림 현상이 매우 강도 높게 나타났다"며 "의대 정원 증원이 발표된 후인 2025학년도 입시에서는 지원자가 더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수생 한 명 당 4천만원…재수도 '빈익빈 부익부'

복수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재수학원에 들어가는 비용은 200만원에서 크게는 400만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의 A학원 재수 종합반 월 수강료는 199만5000원, 서울 강북의 B학원 재수 종합반 월 수강료는 162만2000원이었다. 여기에 별도로 부과되는 교재비, 급식비 등을 합친 비용은 월 300만원~400만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10개월간 재수학원에 다닌다고 가정했을 때 재수생 한 명 당 4000만원 가량이 들어가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수조차 '빈익빈 부익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생 김 모 씨는 “원하던 대학은 아니었으나 부모님에게 부담을 드릴 수 없어 재수는 포기했다”며 “재수학원 다니는 친구들은 기회가 있는 것 같고 나는 없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의대 증원이 현실화되면 사교육 과열 또한 따라올 것으로 내다봤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의대 정원이 크게 늘어나면 평생 수익이 높은 의대 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라며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은 물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반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학부모들도 그 정도라면 우리 애도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갖고 학원에 문의하고, 학원에서는 적극 권장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사교육비 26조원 돌파…2년 연속 최대

앞서 교육부는 2022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26조원을 찍으며 2년 연속 최대를 기록하자 9년 만에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대책에는 수능 킬러문항 출제 배제,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영어유치원' 편법 운영 단속, '초등 의대 입시반' 실태 점검, 늘봄학교 확대 등 방안이 담겼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을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내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송경원 녹색정의당 정책위원은 "학벌 사회와 대학 서열 등 사교육비 증가 원인에 대한 해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킬러문항 배제 방침, 자율형사립고·외고 존치로 사교육 수요를 자극했다"며 "입시 사교육비가 앞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 여러모로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