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서민들을 위한 임대아파트에서 주택보증 사고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4분기에 보증사고가 발생한 임대아파트 사업장은 5곳으로 사고금액만 2300억원을 넘어섰다. 아울러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전세보증 사고도 다시 늘어나는 등 세입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S사가 시공을 맡은 충남 아산시 방축동 '아르니 퍼스트' 임대아파트에서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498가구 규모로 보증사고금액은 1043억원에 이른다.앞서 전북 익산(1건)과 광주 동구(2건)·북구(1건) 등 4개 사업장에서도 임대보증 사고가 터졌다. 올들어 이날 현재까지 6건의 주택보증 사고 중 임대사업장은 충남 아산을 포함해 5곳이다. 임대보증 사고금액은 총 2378억원이다.
HUG 통계 기준으로 임대보증 사고는 2년전까지만해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2008년~2022년에는 2018년과 2020년에 각 1건 발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3건으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3개월새 벌써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임차인 모집이 저조해 미분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사비는 급등하면서 시행·시공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은 "보증금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데 원자잿값과 인건비는 폭등하고 임차인 모집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러 현장이 공사중단 위기에 직면해 있다"라고 말했다. 임대아파트에 적용되는 표준건축비의 경우 정부가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부장은 "표준건축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임대아파트 시공사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며 "공사가 중단된 현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임대아파트 시행·시공 건설사들의 경우 대부분 지역을 근거로 한 중소·중견업체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업체들이 한계에 몰리면서 임대보증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주택보증 사고가 발생하면 HUG는 중도금 대출 이자에 대해서는 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 시공사가 중도금 무이자 조건으로 분양을 진행한 경우에는 계약자들이 대신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등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올들어 전세보증사고 비율도 다시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전세보증사고 비율은 9.7%로 전달 7.7%보다 2.0%p 상승했다. 보증사고 비율은 지난해 10월 9.6% 이후 올 1월까지 석달째 하락하다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도권의 경우 2월 사고율은 11.0%로 전국 9.7%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세보증 사고는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매매가에서 전세가가 차지하는 비율(전세가율)도 상승해 갭투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어서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위험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해 8월 65.0%이후 올해 2월 68.4%로 7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빌라 역시 올들어 지난 1월 70.9%, 2월 71.7% 등을 기록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세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 전세가율도 오르면서 깡통전세 우려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집주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보증사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연지안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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