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구진, 미생물에 포도당 먹여 플라스틱 원료 생산
바이오플라스틱과 혼합해 고강도 생분해 플라스틱 제작
일본 연구진이 폴리락트산(PLA)에 초고분자량 LAHB를 첨가해 투명한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고상호 제공
[파이낸셜뉴스] 일본 연구진이 석유화학 공정이 아닌 미생물을 활용한 바이오플라스틱 제조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만든 플라스틱은 가공하기 쉽고 충격에 강하면서 바닷물에서도 생분해성이 높다. 실제 미생물이 만든 플라스틱 원료에 바이오 플라스틱 원료를 혼합해 성능이 뛰어난 투명 플라스틱을 만들어냈다. 이 기술은 플라스틱 산업을 녹색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10일(한국시간) 국제학술지 'ACS 지속가능한 화학과 엔지니어링(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일본 고베대학 생체공학자 타구치 세이이치 박사와 생분해성 폴리머 제조업체 '가네카 코포레이션'이 공급 원료로 포도당을 사용해 플라스틱 원료인 'LAHB'를 대량 생산하는 미생물 플라스틱 공장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등 IT 기술과 유전자 가위 등 첨단 바이오 기술이 결합된 합성생물학 기술을 이용해 미생물이 'LAHB'를 만들어내도록 만들었다. 이는 박테리아의 유전자에 일부를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과정을 통해 유전체를 체계적으로 조작한 것이다.
합성생물학 기술로 박테리아의 유전체를 수정한 결과, 박테리아가 분자구조가 긴, 사슬이 긴 LAHB를 생산했다. 특히 기존 방법보다 최대 10배 분자구조가 긴 LAHB를 생산할 수 있었으며, 이를 '초고분자량 LAHB'라고 이름을 붙였다. 사슬이 길다는 것은 분자 구조가 더 많은 단위로 이어져 더 긴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라스틱 원료인 LAHB가 사슬이 길면, 강도와 내구성이 향상되고 고온에도 잘 버틸 수 있다. 또한 사슬이 긴 LAHB로 만든 플라스틱은 미생물이 분해하기 쉬운 구조를 형성해 자연분해 속도가 빨라진다. 뿐만아니라 플라스틱을 성형하거나 가공할때 더 수월하다.
일본 연구진이 폴리락트산(PLA)에 초고분자량 LAHB를 첨가해 만든 투명한 플라스틱(왼쪽)은 PLA로 만든 플라스틱보다 용융 장력이 뛰어나다. 고상호 제공
이어서 연구진은 미생물 공장에서 생산한 LAHB를 폴리락트산(PLA)과 혼합했다. 폴리락트산(PLA)은 주로 옥수수 전분, 사탕수수와 같은 자연 순환이 가능한 식물에서 추출되는 원료로 만든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다.
연구진은 "이전에 없던 이러한 길이의 LAHB를 PLA에 첨가함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모든 특성을 가진 재료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물질을 혼합해 만든 투명 플라스틱은 PLA만으로 만든 것보다 가공이 수월하고, 충격에 강해졌다.
또한 1주일 내에 해수에서 생분해됐다.
타구치 박사는 "PLA와 LAHB를 혼합함으로써, PLA의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박테리아가 이산화탄소를 먹고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