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20대 여성 '교제 폭력' 사망사건의 전말
데이트 폭력 피해자 이효정씨(왼쪽)와 가해자 / JTBC뉴스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2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가운데, 가해자는 고등학생 때부터 피해 여성을 쫓아다녔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까지 따라 진학한 남성.. 눈에 피멍 들도록 폭행
지난 17일 JTBC보도에 따르면 이효정씨(20)와 전 남자친구 김모씨(20)는 거제의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교제를 시작했는데, 이때도 김씨는 이씨에 손찌검을 일삼았다.
이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김씨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김씨는 대학교까지 이씨를 따라오면서 두 사람은 경북에 있는 대학의 같은 과에 함께 진학하게 됐다.
이씨의 후배 이모씨는 매체에 "(김씨가) 더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었는데 언니랑 같이 있고 싶다고 따라갔다"라고 주장했다.
이씨의 지인들은 김씨가 평소 이씨를 어떻게 괴롭혀 왔는지 증언했다. 이씨 친구 강모씨는 "(이씨) 눈이랑 완전 피멍 들어 있었다"라며 "(이씨가) 병원 간다는 건 대부분 맞아서 간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경찰에 12번 폭력 신고.. 한때 스마트워치 지급
이씨의 또 다른 친구 이모씨는 "(김씨가) 여섯 발자국만 가면 되는 그 편의점도 못 가게 하고 휴대폰도 감시했다"라고 했다.
김씨는 이씨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도 이씨를 폭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파악하기에는 지난 2022년 12월 20일을 시작으로, 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난 1일까지 두 사람 사이엔 총 12차례 데이트 폭력 신고(쌍방폭행 등 포함)가 접수됐다. 이 중에는 김씨 폭행으로 지난해 7월 2일부터 8월 1일까지 한 달간 이씨에게 스마트워치가 지급된 사건도 있었다. 대부분의 신고는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 종결됐다.
안 만나주자 원룸 무단침입해 폭행.. 끝내 숨진 여성
한편 경남경찰청은 이날 전 여자친구를 폭행해 다치게 하고 결국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일 오전 8시쯤 전 여자친구 이씨의 주거지인 경남 거제의 한 원룸에 무단 침입해 이씨의 머리와 얼굴 등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고 목을 졸라 다치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사건 전날인 3월 31일부터 전화로 말다툼을 했다. 이씨가 김씨의 만남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김씨는 다음날 아침 술에 취한 상태로 이씨 집을 찾아가 이씨를 폭행했다. 이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입원 당시 이씨는 경찰에 자필로 서면 진술을 하며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김씨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던 이씨는 지난 10일 고열과 함께 갑작스레 상태가 악화했고, 당일 오후 10시18분 숨졌다.
경찰 긴급체포 했지만.. 검찰이 불허해 결국 풀려나
이씨가 사망함에 따라 경찰은 김씨의 혐의를 상해치사로 바꾸고, 지난 11일 오전 1시22분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하지만 김씨는 약 8시간이 지난 11일 오전 9시20분 풀려났다. 검찰이 김씨에 대한 체포를 불승인하면서다.
검찰은 "최초 사건 발생 당일 김씨가 상해 사실을 인정했고, 체포될 당시 경찰에 자신의 위치를 밝혔으며 응한 점 등에 비춰 긴급체포의 법률상 요건인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불승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숨진 이씨에 대한 부검도 이뤄지기 전에 경찰이 긴급체포한 것으로, 부검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점도 고려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씨가 풀려난 다음 날인 지난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은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이라는 이씨에 대한 1차 부검소견을 밝혔다. 현재까지는 김씨 폭행이 이씨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장례 절차 중단한 유족.. 전 남친 경찰 고소
그러나 이씨 유족 측은 김씨가 평소에도 이씨에 대한 폭행과 스토킹이 있었다면서 장례 절차도 중단한 채 지난 16일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우선 이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씨 조직 검사 등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정밀 검사 결과는 최대 3개월 후에나 나올 전망이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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