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비닐하우스서 사망 3년 지나
컨테이너, 바지선 위 숙소 등 지속 적발
적발 기관도 규정도 따로 없어
외국인 근로자의 표준근로계약서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외국인 근로자에게 바다 위에 떠 있는 바지선 쉼터를 숙소로 제공한 사례가 적발되는 등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에 대한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20년 12월 경기 포천시에 영하 20도의 강추위가 덮친 가운데 이주 노동자 '속헹'씨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지 3년 6개월여가 지났지만 관련 법은 여전히 미비하다.
■가설 건축물 숙소 문제 지속
지난 2020년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의 99%는 사용자가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제공하는 기숙사 가운데 컨테이너, 조립식패널 등 가설건축물의 비율은 70%에 이른다.
현재까지도 가설 건축물로 지어진 외국인 기숙사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3~4월에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바다 위에 떠 있는 바지선 쉼터를 숙소로 제공한 사업장이 적발됐다. 당시 고용노동부가 전남 여수·고흥 지역 가두리양식 사업장 107곳을 감독한 결과 입국 전 제공하기로 한 숙소와 다른 숙소를 제공한 사업장 10곳이 적발됐다. 7곳은 바지선 위에 숙소를 만들어 제공했다. 나머지 기숙사 3곳은 컨테이너 등이었다.
이마저도 현행법상 정기적인 점검 및 적발 규정이 따로 없다. 현행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22조의2에 따르면 고용주가 제공하는 기숙사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100조'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하고,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만 담겨 있다.
■현행법 구멍 투성이
관련해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이 지난 17일 외국인고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고용주가 고용허가 또는 특례고용가능확인을 받을 때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기숙사의 적정성 여부를 점검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고용노동부장관이 기숙사에 대한 지도·점검을 실시해 기준에 미달된 기숙사를 제공한 사용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기숙사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전문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짚었다.
김춘수 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지자체보다 조금 더 강제력이 있는 상위기관에서의 검열하는 실사가 이뤄져야 더욱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현행 법상 합법인 기숙사에도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김 교수는 "현행 법상 기숙사가 비닐하우스면 안 되지만 컨테이너는 인정된다"며 "그러니 제대로 기숙사 건물을 짓는 대신 비닐하우스 안에 컨테이너를 넣어 합법성을 인정받는 사례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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