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실손 보험금 노려 여유증·다한증 위장
약 9개월간 200회 12억원 보험금 편취해
프로포폴·펜타닐 투약하고 진료·수술까지
/사진=서울경찰청
[파이낸셜뉴스] 고액의 실손 의료비 보험 청구가 가능한 여유증·다한증 환자를 가짜로 모집, 수술은 하지 않고 진단서 등을 허위로 기록해 12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편취한 병원 관계자와 조직폭력배 브로커 일당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해당 성형외과 원장은 펜타닐·프로포폴 등 마약 투약 상태로 진료를 보거나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총경 김기헌)는 병원 관계자와 조직폭력배 브로커로 구성된 일당 174명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혐의로 검거, 5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프로포폴과 펜타닐 등 의료용 마약을 직접 투약하거나 환자에게 투약 목적으로 미용 시술한 병원장 A(38)씨와 의사들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작년 7월까지 200여회에 걸쳐 약 12억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병원장을 총책으로 브로커, 행정총괄, 간호사, 가짜 환자 등으로 구성됐다.
우선 브로커는 여유증과 다한증 실손 보험이 있는 가짜 환자를 모집했다. 여유증과 다한증의 경우 보험 심사가 쉽다는 점을 노렸다. 이후 병원 관계자는 허위 수술 일정을 잡고, 당일 6시간 동안 수술이 진행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가짜 환자는 허위 진단서와 간호 기록지를 토대로 31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타냈다. 보험수익금은 병원이 50%, 중·상위 브로커 20%, 하위 브로커 10%, 가짜 환자 20%로 각각 나눠 가졌다.
일당은 지능적으로 보험사와 수사 기관의 눈을 속였다. 보험금 청구에 대한 손해사정사의 서류 심사 및 면담을 대비하기 위해 가짜 환자를 상대로 대처법을 만들어 사전 교육을 했다. 브로커 등 조폭은 고의로 가슴 부위에 상처를 내거나 타인의 수술 전·후 사진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곳에서 단기간 너무 많은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의 금융감독원 신고로 범행이 탄로 났다.
경찰에 따르면 병원장 A씨는 경기 수원에 성형외과를 개원하면서 약 30억원을 대출 받았는데, 경영난이 심화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장인 A씨가 범행에 직접 관여했기 때문에 보험에 필요한 서류 발급과 청구가 수월했다”며 “손해사정사의 확인 전화에 응대하기 위한 대처법 매뉴얼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은 현재 폐원한 상태다.
이들이 모집한 가짜 환자는 주로 20·30대 지인이었다. 신분 및 직업은 가족, 연인, 부부, 조폭, 간호사, 보험설계사, 유흥업소 종사자 등으로 다양했다.
A씨와 병원 소속 의사 B씨는 허위 수술로 남은 마약류를 상습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되기도 했다.
이들은 프로포폴과 펜타닐을 투약한 상태로 진료를 보거나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프로포폴 패키지 상품을 판매할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 사기는 개인 일탈을 넘어 병원과 전문 브로커 등이 개입해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경찰은 첩보 수집 및 단속을 통해 보험사기 범죄 척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