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男도 도박·범죄수익 은닉 혐의
서울경찰, MZ조폭 자금 관련 수사 결과 브리핑
롤스로이스男 'MT5' 활동 안했지만 유사 조직 적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김기헌 총경)는 4일 서울 마포구 광역수사단 건물에서 브리핑을 통해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 사건 등 일명 'MZ조폭'의 자금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MZ조폭들의 모임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지난해 8월 약물에 취해 운전하다 20대 여성을 친 롤스로이스 운전자 신모씨(29)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주차 시비중 행인을 흉기로 협박한 람보르기니 운전자 홍모씨(30)도 이 도박사이트 운영을 도운 것으로 밝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이들을 포함한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과 불법 리딩방 운영 조직 가담자를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경찰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조사해 사이트 운영자 등 14명을 도박공간 개설 혐의로, 해당 사이트를 이용해 도박한 피의자 등 47명을 도박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거해 총 61명을 붙잡았다. 국내 총책 피의자 등 2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서버 추적이 어려운 캄보디아에 파워볼 등 복합 도박사이트 충·환전 사무실을 마련하고 회원 8000여명을 상대로 총 8600억원의 도박자금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수십개의 대포계좌를 이용했으며, '본사장-부본사장-고객센터(환전)-총판-회원'의 다단계 구조로 회원들을 관리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에 광고를 올려 유령법인 통장 모집책, 총판 및 충·환전 사무실 직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경찰은 캄보디아에 체류 중인 공범 2명에 대해선 국제공조를 통해 검거할 방침이다.
경찰은 롤스로이스 운전자 신씨가 불법 도박사이트 국내 총판으로 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람보르기니 운전자 홍씨는 이 도박사이트를 이용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도박사이트의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홍씨는 국내 총책과 같은 아파트에 같은 시기에 입주하면서 친분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홍씨와 신씨는 직접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닐 수 있지만 그 지인들이 다 친분관계가 있는 20~30대 또래집단"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홍씨의 수입원을 조사하다가 해당 사이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거된 61명 가운데 국내 총판 2명 등 9명은 경찰의 관리대상 조직폭력배로 확인됐다.
리딩 사기 조직도 검거
경찰은 신씨 등이 'MT5'라는 범죄수식 세탁조직을 만들어 활동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했다.경찰은 다만 불법 리딩방을 운영하는 20~30대 중심의 일당이 있고, 이들이 해외 선물 투자 전자 거래 플랫폼(HTS)인 'MT5(Meta Trader 5)'를 이용한 사실이 와전돼 의혹이 불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불법 리딩방을 운영한 일당 등 28명을 자본시장법위반(미인가 투자중개업) 혐의로 검거했다. 이들에게 돈을 받고 유심을 제공한 2명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붙잡혔다. 이들 피의자 가운데 2명은 특정 코인을 위탁 판매해주기로 하며 32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사기)도 받는다.
이들 일당은 대부분 20~30대 지인 관계였으며, 해외 선물업체와 계약을 맺고 불법 리딩방을 통해 투자자 101명을 유치했다. 피해자들에겐 해외선물투자(FX마진)를 대행해주겠다며 투자금·수수료 명목으로 2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가운데 핵심 피의자들은 대부분 사기 등 동종 전과가 있었다. 과거 유사투자자문업체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사투자자문업체 법인을 인수한 뒤 일명 바지 대표를 두고 합법을 가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주로 투자경험이 없는 고령의 피해자들을 오픈채팅방의 리딩방으로 끌어들여 범행했다. 또 경찰은 리딩방 피해자들에게 'MT4를 해킹해 해외 선물거래 손실금을 만회해주겠다'고 속여 해킹 비용 명목으로 3억4000여만원을 편취한 일당 8명도 추가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식투자 리딩방, 도박사이트는 실제 범죄조직의 주요 수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자칫 경제적 손실을 보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박죄로 처벌 될 수 있으므로 SNS 등을 통한 리딩방, 도박사이트 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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