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드메' 가격 먹거리처럼 공개
웨딩업계 '갑질'에 속수무책
결혼식 "굳이 안해도 된다" 늘어
자료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 웨딩업체들의 가격이 터무니없습니다. 평범하게 하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만 하자는 마음으로 돌아다녀 봐도 업체들이 부르는 가격이 굉장히 부담됩니다. 예식장뿐만 아니라 드레스, 예복, 한복, 예물 모든 것이 다 가격이 올랐습니다. 추가금도 과다합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로 불리는 결혼 서비스 시장에 가격표시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결혼은 보통 일생에 한번인 만큼, 소비자들은 서비스 구매경험이 적어 피해에 매우 취약하다. 웨딩업 관련 민원은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스드메' 가격 먹거리처럼 공개
2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결혼 서비스 업체가 가격과 서비스 항목, 제공 방법 등을 의무적으로 알리는 ‘가격표시제’ 도입 방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결혼 관련 품목·서비스 가격 정보를 먹거리처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참가격)에 공개한단 방침이다. 웨딩 서비스 가격 규제가 아닌, 소비자에게 가격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웨딩업 분야에 불합리한 계약, 정보 불투명성 등 소비자 불편 민원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최근 3년 간 국민권익위원회 민원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웨딩업’ 관련민원은 총 1010건(월평균 28.1건)에 달한다. 특히 올해 1~3월까지 접수된 민원은 전년 동기 대비 31.6%나 급증했다.
웨딩업계 '갑질'에 속수무책
민원 가운데서 ‘예식장업’ 관련 민원이 50.9%(514건)로 압도적이었다. 다음으로 △결혼 준비 대행업(144건) △촬영업(143건) △드레스·예복·한복업(67건) △미용업(22건) 순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불편 및 피해 내용별로는 △계약해제(397건) △계약불이행(293건) △비용(176건) 순이다.
A씨는 "대부분 결혼 준비 대행업체들은 스드메 총금액으로 견적을 제시하고 스드메 업체 선택에 따라 견적이 달라진다"며 "업체들은 스드메 각각이 얼마인지, 세 군데 같이 계약하면 얼마나 할인이 되는 건지 공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혼설계사가 제시하는 정보에 의존해야 할 뿐 소비자는 직접 확인할 길이 없다"며 "소비자가 직접 가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예식장들의 경우 정가를 2~3배로 높여놓고 실제 판매 시에는 할인가격이라고 판매한 뒤, 계약 해제할 때는 정가에 대한 위약금을 청구해 위약금을 늘리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C씨는 "본식 사진 촬영을 강제로 하게 하는 끼워팔기도 문제"라며 "예식장에서는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대관료에 다 포함돼 있고 이런 식으로 대관료가 부풀려진다"고 호소했다.
결혼식 "굳이 안해도 된다" 늘어
이처럼 과도한 절차와 비용 부담에 최근 결혼식을 생략해도 된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최근 미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결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예식 진행 관련 설문에서 '상대와 의견이 맞는다면, 생략해도 된다(37.8%)'는 항목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부모님을 위해 하는 게 맞다(29.8%)', '꼭 필요하다(20.8%)', '굳이 필요 없다(11.4%)'는 등의 의견이 뒤를 따랐다.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예식 대신 더 필요한 곳에 지출하고 싶어서(40.7%)'였다. '형식과 절차가 번거로워서(29.7%)', '예식 비용 부담이 커서(25.2%)', '하객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3.7%)' 등으로 조사됐다.
가연 관계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예식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 풍토가 생겨나고 있다"며 "결혼하는 데에 드는 절차나 비용이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만큼, 오히려 간략하고 실용적으로 결정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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