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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도 지역차별?… 회생법원 부족해 '상경파산'할 판

서울과 다른 지역 간 편차 큰 편
사건 처리, 지방이 평균 2배 느려
전문가 "법원 추가 설치 고려를"

개인회생 사건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사건 처리는 서울과 다른 지역 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서 회생 사건을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통상 2배가량 길었다. 이처럼 늘어나는 도산 사건에 대응하고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회생법원 추가 신설이 거론된다.

■ 개인회생 개시율 서울 91.2%…광주·창원은 70%대

20일 파이낸셜뉴스가 개인회생 사건 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개인회생 개시 여부가 결정된 사건은 6만6682건으로 이 중 5만7319건(85.8%)이 인용됐다. 개시 후 인가 여부가 결정된 사건 5만4115건 중 인가가 이뤄진 사건은 4만6894건(86.7%)이었다.

개시율과 인가율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회생법원의 개시율과 인가율은 각각 91.2%, 92.2%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시율은 광주지법(72.8%), 창원지법(73.5%)이, 인가율은 청주지법·대구지법(각 81.1%)이 낮은 편이었다.

지난해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의 개시율은 91.2%, 인가율은 93.3%로 전체 법원 평균(개시율 86.4%, 인가율 87.8%)을 상회했다. 반면 청주지법은 개시율(78.3%)과 인가율(80.8%)이 모두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광주지법(개시율 74.6%)과 전주지법(인가율 81.4%)도 상대적으로 기준이 깐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처리 속도에서도 지역 간 편차가 있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에서는 개인회생 접수부터 개시 결정까지 4.7개월이 걸린 반면 강릉지원에서는 10.1개월이 소요됐다. 개인회생 개시부터 인가까지도 서울은 2.8개월이 걸렸지만, 울산은 5.6개월로 두 배가량이 걸렸다.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개인회생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서울로 이직·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법무법인·법률사무소는 '개인회생은 법원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상담을 권유하고 있기도 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서울에서는 도산 제도에 대해 채무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고 보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개인의 잘못인데 쉽게 빚을 탕감해 줄 수 없다는 시각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 '회생법원 추가 설치' 의견 잇따라

도산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지역 간 편차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회생법원 추가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현재 도산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생법원은 3곳뿐이다. 2017년 3월 서울회생법원이 처음 설립됐고, 이후 6년여 뒤인 지난해 3월 부산과 수원에 회생법원이 추가 신설됐다.

서울회생법원은 채무자 상황에 따라 개인회생 변제 기간을 3년 미만으로 단축할 수 있게 하고, 변제금 산정 시 주식·가상자산 투자 실패로 인한 손실금을 반영하지 않는 등 실무준칙을 개정하면서 비교적 관대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부산·수원회생법원도 상황에 맞게 실무준칙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방법원에서는 이같은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앞서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는 지난해 6월에 이어 지난해 12월 회생법원 추가 설립을 권고한 바 있다. 회생·파산위는 "폭증하는 도산사건의 신속·적정·균질한 처리를 위해 회생법원을 전국적으로 확대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병욱 서울회생법원장도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 등과의 간담회에서 "도산 사건이 급증하는 가운데 사건의 신속한 처리와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국회에서 회생법원 추가 설치와 서울회생법원 관할 확대를 위한 입법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국회에선 광주·대전·대구에 회생법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과 기업의 회생·파산 신청이 늘면서 사건 접수부터 선고까지 소요 기간도 늘었다"며 "빠른 사건 처리를 위해 최소한 고등법원 소재지에 회생법원 확대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