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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 문제에는 입시경쟁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며 대학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촉구했다. 상위권 대학들이 각 지역의 학령인구 비율에 맞춰 정원을 설정한다면 부모와 자녀가 불필요한 '상호 희생'을 하지 않을 수 있을 뿐더러 부동산·가계부채 문제 해결도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27일 '서울대학교-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폐회사에서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뿐 아니라 문제의 근저에 있는 입시경쟁과 수도권 집중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먼저 '해 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말을 인용해 "이제 우리에게 해 날 때를 기다려 구조개혁을 추진할 여유가 없다"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 등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세계 최상위권 수준의 가계부채가 더 증가했다가는 조만간 수요부족으로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그 정도가 지나치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높아진 수도권 부동산 가격도 국민들 간 위화감, 나아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수준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은 태풍만 아니라면 날씨가 흐려도 지붕을 고쳐야 하는, 즉 단기 경제정책과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이 총재는 이 같은 부동산 쏠림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교육 측면에서 '나쁜 균형'에서 빠져나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입시 상황은 누가 봐도 경쟁이 과열된 상태로, 부모는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자신의 삶과 노후를 소홀히 할 정도로 희생한다. 정작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지나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로 청소년기의 행복을 빼앗기고 번아웃된 상태에서, 부모가 희생한다고 생각하기는커녕 자식을 통해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한다고 여긴다"며 '나쁜 균형'을 설명했다.
이어 "이런 나쁜 균형에서 빠져나오려면 저자들이 제시한 파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은행 연구진이 발표한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이 실현가능성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교육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다양성 확보라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지역균형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성과가 다른 학생들보다 전혀 뒤처지지 않는 것은 이 제도가 수월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다양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반증"이라며 "정부 정책이나 법제도를 손대지 않더라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들이 결단만 한다면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나쁜 균형에서 벗어나는 단초를 제공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촉구했다.
또 "지역별 비례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해 모든 지역에 대해 적용하려고 하면 모집단위 광역화를 하지 않고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특정지역의 입학생 비율, 사실상 서울 또는 강남지역 입학생 비율이 학령인구 비율의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정도로만 제도를 추진한다면 현재 학과별 선발제도의 틀을 유지하더라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총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들 결단으로 변화가 시작돼 다양성이 확보된 대학의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조정하는 것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더 효과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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