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조특법 세액공제 기업 조사
10곳 중 4곳 "현행 공제, 적기 투자 차질"
절반 넘는 기업, 투자세액공제액 이월 경험도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파이낸셜뉴스] 첨단산업 주도권 경쟁을 두고 주요 국가 간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첨단기업 10곳 중 8곳이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환급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첨단기업 절반 이상은 납부할 법인세가 적어 세액공제액 이월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이월 예상이 예상되는 기업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에서는 '직접환급제(다이렉트페이)'를 도입해 국내 첨단산업 지원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상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를 받는 기업 100개사를 조사한 결과 "직접환급제 도입이 기업의 자금사정이나 투자 이행 또는 확대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이 80%에 달했다고 1일 밝혔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은 20%에 그쳤다. 조사는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한국바이오협회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현행 조특법상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대상으로 지정되면 사업화 시설 투자액에 대해 대기업·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세액공제 방식이 '법인세 공제'에 국한돼, 대규모 초기 투자나 업황 급변으로 인한 영업이익을 담보하기 어려운 첨단산업분야 기업들에게는 실효성이 미흡하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응답기업 10곳 중 4곳(38%)은 "현행 법인세 공제 방식은 세액공제분 실현이 즉각 이뤄지지 못해 적기 투자에 차질을 빚는 등 실효성이 미흡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2022년 시설투자를 단행한 이차전지 부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공장을 증설했지만 2년 연속 영업이익이 나지 않아 세액공제를 받지 못했다"며 "미국처럼 현금으로 환급해 주면 경영상 안정은 물론, 적극적 투자계획 수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해외 주요국들은 영업이익과 관계없이 첨단기업의 투자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해 주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세액공제액 전부를 현금으로 지급하거나 다른 기업에 양도할 수 있다. 프랑스는 2024년 3월 시행된 녹색산업 투자세액공제를 통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 투자에 대해 법인세를 상쇄하고 남은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불해 주며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특히 조사 기업 절반가량은 투자세액공제액을 이월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납부 법인세가 세액공제액보다 적어 이월했던 적이 있는지'에 대해 응답기업 50%가 "그렇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투자 규모가 큰 대기업(90.9%)의 이월 경험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예상 투자액과 영업이익 등을 감안한 이월공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51%가 "그럴 것(이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정부가 국가전략기술 세제지원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현행 법인세 공제 방식은 성장 가속화와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수록 혜택이 제한되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는 게 업계의 평"이라며 "다이렉트 페이 도입을 통해 기업들이 즉각 세액공제 효과를 누리고 이를 적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도록 국회와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다이렉트 페이' 도입을 위한 '조특법 일부개정법률안(김상훈 의원 대표발의)'이 계류돼 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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